시부얀 해를 항진하던 제1유격부대 주대가 인트레피드에서 발진한 제18항공단 소속의 정찰기에게 발견된 것은 24일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잠시 후 남쪽의 술루 해를 항진하던 제1유격부대 지대도 엔터프라이즈에서 발진한 제20항공단 소속의 정찰기에게 발견되었다.
기함인 고속전함 뉴저지에 타고 보간 소장의 제38.2전단과 함께 행동하던 핼시 제독은 오전 8시 37분에 공격명령을 내렸다.
이번 공격명령은 산타크루즈 해전 때보다는 약간 길었다.
“공격하라, 반복한다, 공격하라. 행운을 빈다.”
(“Strike, Repeat, Strike. Good Luck.”)
즉시 38.2 전단의 함재기들이 제1유격부대 주대를 향하여, 그리고 38.4 전단의 함재기들이 제1유격부대 지대를 향하여 출격했다.
하지만 셔먼 제독의 제38.3전단은 제1파 공격에 참가하지 못했다.
오니시 다께지로 중장이 이끄는 제1항공함대가 제38.3전단을 공격해 온 것이었다.
오전 10시 15분경 일본의 베티공격기 한대가 제38.3전단의 상공에 나타났다가 함대의 대공포화에 의하여 격추되었다.
10시 35분에 또다른 베티공격기 5대가 나타났으나 역시 벌떼같이 달려드는 CAP 세력과 대공포화에 의하여 단 한발의 어뢰나 폭탄도 투하해보지 못한 채 모두 불귀의 객이 되었다.
일본군의 항공력은 제38.3전단을 위협하기엔 너무나 미약해 보였다.
그러나 오전 11시에 80대가 넘는 대편대가 제38.3전단을 덮쳤다.
즉각 정규항공모함 에섹스와 렉싱턴, 경항공모함 랭글리와 프린스턴의 헬캣들이 요격을 위하여 날아올랐고 막강한 대공포화가 작렬하기 시작하여 공격해 온 일본기들 중 70여대를 격추했다.
오전 11시 38분, 치열한 공방전 끝에 일본기들의 공격이 끝났다고 한숨을 돌리는 순간, 함대 상공에 낮게 깔려있던 구름 속에서 갑자기 한대의 주디 급강하폭격기가 튀어나와서 경항공모함 프린스턴의 비행갑판에 한 발의 250kg 짜리 철갑탄을 명중시켰다.
이 철갑탄은 비행갑판을 뜷고 들어가 격납고 갑판에서 제1유격부대 주대를 공격하기 위하여 무장과 연료를 만재하고 있던 아벤저 뇌격기 6대의 한가운데에서 폭발했다.
곧 아벤저 뇌격기들의 무장과 연료가 유폭하면서 프린스턴에서는 일대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프린스턴의 함장 Buracker 대령은 필수요원들을 제외한 인원들은 퇴함시킨 후 손상관리요원들과 함께 함에 남아서 소화작업을 지휘했다.
셔먼 제독은 핼시 제독에게 전문을 보내어 프린스턴의 참사로 인하여 제1유격부대 주대에 대한 공격에 참가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핼시 제독은 프린스턴은 따로 처리하도록 하고 나머지 제38.3전단은 즉시 제38.2전단 쪽으로 항진하여 공격에 참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에 따라 제38.3전단은 경순양함 버밍햄과 구축함 3척을 남겨 프린스턴을 돕도록 하고 나머지 함정들은 공격에 참가하기 위하여 서둘러 제38.2전단 쪽으로 항진해 갔다.
그동안 프린스턴에서는 필사적인 소화작업을 실시하여 오후가 되자 불길을 어느 정도 잡았다.
그러자 경순양함 버밍햄이 프린스턴을 예인하기 위하여 접근했다.
오후 3시 23분, 갑자기 프린스턴의 후방 탄약고가 엄청난 폭음과 함께 폭발했다.
이 폭발로 프린스턴의 후방 구조물들이 통째로 날아가버렸고 함에 남아서 소화작업을 하던 승무원의 대다수가 즉사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하필이면 이때 프린스턴에 바짝 접근해있던 경순양함 버밍햄에서는 더 큰 참사가 발생하여 승무원 229명이 사망하고 420명이 부상했다.
불타는 함에 남아서 손상관리반의 소화작업을 지휘하다가 이 폭발을 당하여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버래커 함장은 이 시점에서 함을 포기할 것을 결심했고, 오후 4시 30분까지 프린스턴의 생존자 전원이 퇴함했다.
프린스턴은 전방 탄약고와 연료탱크에 동료 함정의 어뢰 3발을 맞고 폭발을 일으키면서 108명의 전사자와 함께 침몰했다.
프린스턴은 전쟁 중에 격침된 유일한 인디펜던스 급 경항공모함이었으며 태평양전쟁에서 마지막으로 격침된 고속항공모함 기동부대 소속의 항공모함이었다.
데이비슨 제독의 제38.4전단은 샌배너디노 해협 앞바다에 있는 제38.2전단에 합류하기 전에 제1유격부대 지대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다.
이 함재기들은 후소와 야마시로에 각 1발의 지근탄을 기록하고, 모가미에 몇 발의 HVAR(High Velocity Air-launched Rocket) 을 명중시켰으며 구축함들에게 기총소사를 가했으나 거의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그동안 제38.2전단은 제1유격부대 주대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다.
레이테 해전을 이루는 4대 해전의 제1라운드인 시부얀 해전이 시작되었다.
정규항공모함 인트레피드와 경항공모함 캐봇에서 발진한 헬캣 21대, 헬다이버 12대, 아벤저 12대로 이루어진 제1차 공격대는 10시 30분에 제1유격부대 주대를 발견하고 공격에 들어갔다.
이 공격대는 전함 야마또, 무사시, 나가또, 중순양함 묘꼬를 공격하여 무사시에 어뢰 1발과 폭탄 1발, 묘꼬에 어뢰 1발을 명중시켰다.
자매함 야마또와 함께 세계 최대의 전함인 무사시는 이정도 타격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묘꼬는 속력이 12노트로 떨어져서 전열을 이탈했다.
이어서 인트레피드에서 출격한 31대로 이루어진 제2차 공격대가 오후 12시 6분에 공격을 감행했다.
이번의 공격은 주로 야마또와 무사시에 집중되어 야마또가 1발의 폭탄을 맞고 무사시에 3발의 어뢰와 2발의 폭탄이 명중하여 속력이 22노트로 저하되었다.
오후 1시 30분, 제38.3전단의 정규항공모함 렉싱턴과 에섹스를 떠난 44대의 함재기로 이루어진 제3차 공격대가 역시 야마또와 무사시에 집중공격을 가하여 야마또에 1발의 폭탄을 명중시키고 무사시에 어뢰5발과 폭탄 4발을 명중시켰다.
무사시는 기울기 복원을 위하여 주수를 시작하여 함수가 거의 해면에 닿을 정도가 되었고 속력은 16노트로 떨어졌다.
제1유격부대 주대의 사령관 구리따 제독은 기지 항공대에 구원을 요청했으나 이미 제38.3 전단을 공격하기 위하여 거의 전 병력을 소진한 기지 항공대는 제1유격부대 주대에 항공지원을 제공할 여력이 없었다.
함대와의 공동 작전이 불가능해진 무사시는 타이완으로 회항하기 시작했다.
정규항공모함 프랭클린을 떠난 32대의 함재기로 이루어진 제4차 공격대는 야마또와 나가또를 집중공격하여 야마또에 1발의 폭탄을 명중시켰다.
오후 2시 59분, 제38.2전단과 제38.4전단에서 출격한 67대의 함재기로 이루어져 시부얀 해전에서 마지막이자 가장 규모가 큰 제5차 공격대가 일본함대의 상공에 도착하여 공습에 들어갔다.
먼저 도착한 것은 제38.4전단의 정규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와 프랭클린에서 출격한 함재기들이었다.
프랭클린의 함재기가 나가또를 공격하는 동안 엔터프라이즈에서 출격한 16대의 헬캣과 9대의 헬다이버, 그리고 8대의 아벤저는 무사시를 집중공격했다.
오후 3시 10분에는 제38.2전단의 정규항공모함 인트레피드와 경항공모함 캐봇과 인디펜던스를 떠난 함재기들이 도착하여 공격을 시작했다.
앞선 공격에서 이미 큰 피해를 입고 있던 무사시는 제5차 공격에서만 어뢰 11발과 폭탄 10발을 추가로 얻어맞아 결국 숨통이 완전히 끊어졌다.
이때 한발의 어뢰는 이미 어뢰에 피격되어 뚫린 구멍으로 들어가서 함의 내부에서 폭발하기도 했다.
5회에 걸친 제38기동부대의 공습에서 합계 어뢰 20발과 폭탄 17발을 얻어맞고 사실상 모든 기능을 상실한 상태로 시부얀 해를 표류하던 무사시는 오후 7시 35분에 1,023 명의 전사자와 함께 함수부터 침몰했다.
(시부얀 해전에서 미국 함재기들의 집중공격을 받고 있는 무사시)
제5차 공격에서 나가또는 폭탄 1발을 맞아 속력이 21노트로 떨어졌고, 중순양함 도네가 2발의 폭탄을 맞아 소파되었다.
구축함 2척도 명중탄과 지근탄을 1발씩 얻어맞고 피해를 입었다.
오후 3시 30분, 거듭되는 제38기동부대의 공습을 견디다 못한 구리따 제독은 휘하 함대에게 반전을 명했다.
제1유격부대 주대가 거듭되는 제38기동부대의 공습을 견디지 못하고 뱃머리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하자 핼시 제독의 머릿속은 이제 필리핀 해전에서 살아남은 일본의 항공모함 기동부대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찼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일본해군 수뇌부가 미국의 강력한 항공모함 기동부대가 버티고 있는 해역에 수상함들만 들여보낼 리가 없다고 생각한 핼시 제독은 일본 내해에 있다고 알려진 항공모함 기동부대가 사실은 일본함대의 주력일 것이며 그들이 조만간 반드시 남하해 올 것이라고 생각하여 24일 오후부터 정찰기들을 내보내어 필리핀 북부해상을 계속 감시하고 있었다.
오후 4시 40분, 헬다이버 급강하폭격기가 오자와 제독의 항공모함 기동부대(=본대)를 발견했다.
적의 항공모함 기동부대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은 핼시 제독은
“그럼, 그렇지..”
하며 전 함대를 이끌고 본대를 공격하러 북상했다.
한편 거듭되는 제38기동부대의 공격을 견디다 못하여 일시 후퇴했던 제1유격부대 주대는 오후 5시 15분에 재차 반전하여 샌배너디노 해협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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