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링가옌 상륙(1) - 계획
필리핀 공략을 위한 대본영 계획의 제1단계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미군의 항공력과 해군력은 사실상 소멸했다. 서로 멀리 떨어진 5곳에 대한 선발부대의 상륙은 모두 성공하여 필리핀 안에 강력한 발판을 마련했다. 제5비행집단은 루손의 비행장에 전개하여 항속거리가 짧은 육군전투기도 지상군 지원이 가능해졌고 해군은 카미귄 섬, 레가스피 및 다바오에 수상기 기지를 확보했다. 이 모든 일이 2주일 내에 일어났다.
일본제14군의 계획에 따르면 주공인 제48사단은 마닐라 북쪽의 링가옌 만에, 조공인 제16사단은 마닐라 남서쪽의 라몬 만에 상륙할 것이었다. 라몬 만에 상륙할 제16사단(보병제9 및 제33연대 제외)은 11월 25일에 오사카를 떠나 12월 3일에 류큐 제도의 아마미오시마에 도착했다. 링가옌 만에 상륙할 제48사단(다나카 및 가노 지대 제외)은 12월 6일까지 펑후 제도의 마공과 대만의 가오슝 및 지룽에 집결했으며 곧 수송선들이 도착하여 승선을 시작했다. 수송선이 모자라서 1평당 평균 7명이 배정되어 콩나물시루 같았다. 제48사단의 승선은 17일에 끝났다.
병력의 집결과 승선은 극도의 보안 속에 실시되었으며 계획의 전모를 아는 장교는 한줌에 불과했다. 개전 이후 일본군은 대만의 항구에 집결한 수송선에 대한 미군의 공습을 두려워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2월 22일 새벽 1시 40분에 제48사단을 태운 수송선 76척과 해군수송선 9척이 경순양함 2척, 구축함 16척, 그리고 다수의 수뢰정, 소해정 및 부설함, 초계정, 그리고 기타 함정들로 이루어진 강력한 호위 함대의 엄호를 받으면서 링가옌 만에 들어와 닻을 내렸다.
1941년 12월 22일부터 28일 사이에 필리핀에 상륙한 병력은 제14군 34,856명, 선박부대 4,633명, 제5비행집단 3,621명, 합계 43,110명이었다. 링가옌 부대의 주력은 츠치바시 유우이치 중장의 제48사단이었다. 1940년 말에 대만에서 편성된 제48사단은 대만보병제1 및 제2연대, 보병제47연대, 산포병제48연대, 통신대, 공병대, 그리고 수송연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상륙 당시에는 이외에도 많은 부대가 배속되어 있었으나 대신 대만보병제2연대는 다나카 및 가노 지대가 되어 떨어져 나갔다. 제48사단의 차량화 수준은 평균적인 미군 보병사단과 비슷하여 일본군에서 차량화가 가장 잘 이루어진 사단 중 하나였다. 3,400명으로 이루어진 산포병제48연대는 75mm 산포 36문을 보유했다.
링가옌 부대에는 제48사단 이외에도 제16사단보병제9연대와 말이 끄는 75mm 야포 8문을 보유한 야포제22연대의 일부 병력도 포함되어 있었다. 대구경포를 가진 부대로는 150mm 평사포 8문을 가진 독립야포병제9대대, 150mm 곡사포 24문을 가진 야포병제1연대, 105mm 평사포 16문을 가진 야포병제8연대가 있었다.
기갑부대로는 전차제4 및 제7연대가 있었는데 경전차 및 중형전차 80대에서 100대 가량을 보유했다. 일본군 중형전차는 미군 기준으로는 경전차에 해당하며 대전차 능력은 오히려 스튜어트 경전차보다 떨어졌다. 이외에도 다수의 지원 및 특별부대가 있었다.
(M-3 스튜어트 경전차.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https://en.wikipedia.org/wiki/M3_Stuart)
랑가옌 부대를 실은 선단은 3개로 나뉘어 있었다. 전신제2연대장 야마다 신이치 대좌가 지휘하는 제3수송선대는 수송선 21척에 승선하여 하라 소장이 지휘하는 제3호위대의 엄호를 받으면서 12월 17일 오전 9시에 대만 북부의 지룽을 떠났다. 제3호위대의 구성은 바탄섬공격부대를 호위했던 제3급습대와 사실상 같았다. 제48사단장 츠치바시 중장이 지휘하는 제2수송선대는 수송선 28척에 승선하여 니시무라 소장이 지휘하는 제2호위대의 엄호를 받으면서 18일 정오에 펑후 제도의 마공을 떠났다. 제2호위대의 구성은 비간공격부대를 호위했던 제2급습대와 사실상 같았다. 보병제47연대장 야나기 이사무 대좌가 지휘하는 제1수송선대는 수송선 27척에 승선하여 히로세 소장이 지휘하는 제1호위대의 엄호를 받으면서 18일 오후 5시에 대만 남부의 가오슝을 출항했다. 제1호위대의 구성은 아파리공격부대를 호위했던 제1급습대와 사실상 같았다. 링가옌 상륙부대가 보유한 상륙주정은 병력수송용 소형목조선인 얀마 48척, 소발동정 63척, 대발동정 73척, 특대발동정 15척이었다.
(대발동정.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https://en.wikipedia.org/wiki/Daihatsu-class_landing_craft)
링가옌 상륙부대를 직접 호위하는 함대와는 별도로 제3함대 사령장관 다카하시 이보우 중장이 이끄는 함대가 19일에 마공을 출항하여 루손 서쪽 460km 지점으로 향했다. 말레이 상륙을 지원하고 달려온 제2함대 사령장관 곤도 노부타케 중장의 함대가 이곳에서 이보우 중장의 함대와 합류했다. 그리하여 전함 2척, 중순양함 4척, 경순양함 1척, 수상기모함 2척과 다수의 구축함으로 이루어진 강력한 함대가 루손 서쪽 해상에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연합군 함대의 반격에 대비했다.
제48사단장 츠치바시 중장은 12월 17일에 자신이 탑승한 긴요마루에서 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지고 상륙계획을 확정했다. 링가옌만 상륙은 수송선대별로 3곳에서 실시될 계획이었다. 제1수송선대에 실린 보병제47연대(1개 대대 감편), 정찰제48연대, 전차제4연대(1개 중대 감편), 그리고 지원부대는 링가옌만 서쪽 입구인 아구마을에 상륙할 계획이었다. 상륙주정 63척에 실린 선두 병력은 오전 5시에 출발하여 5시 40분에 해안에 도달할 예정이었다. 주정들은 하루동안 1시간 간격으로 10번 왕복하면서 병력을 상륙시킬 것이었다.
(링가옌 만 상륙상황도. http://www.ibiblio.org/hyperwar/USA/USA-P-PI/USA-P-PI-8.html#8-1 .P.124)
제2수송선대에 실린 대만보병제1연대와 전차제7연대는 아구에서 북쪽으로 11km 떨어진 카바에 상륙할 예정이었다. 상륙예정시간은 아구보다 10분 늦은 오전 5시 50분이었으며 상륙주정 57척과 얀마 19척을 준비했다.
제3수송선대에 실린 보병제9연대는 카바에서 북쪽으로 11km 떨어진 바우앙에 상륙할 예정이었다. 상륙예정시간은 오전 7시 30분이었으며 상륙주정 20척과 얀마 29척을 준비했다.
그리하여 제14군은 상륙일인 22일 오전 7시 30분까지 북쪽으로는 바우앙에서 남쪽으로는 아구까지 24km 에 걸쳐 링가옌 만과 코르디예라 산맥 사이의 좁은 해안평야에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었다.
상륙위치 선정은 탁월했다. 산맥과 해안 사이로 지나가는 3번 도로는 훌륭한 2차선 포장도로였다. 바우앙에는 동쪽으로 향하는 도로가 있어 바기오를 거쳐 남쪽 로사리오에서 다시 3번 도로와 만났다. 아구와 카바 사이의 아린게이에는 작은 강이 코르디예라 산맥을 깎아 만든 계곡을 따라 부분적으로 포장된 도로가 로사리오까지 뻗어 있었다. 상륙해안 남쪽은 중부루손 평야였으며 3번 도로는 마닐라까지 바로 이어져 있었다.
일단 해안에 상륙하여 주변의 미군을 무찌르고 나면 주력인 제48사단은 바로 남하할 것이었다. 상륙해안을 방어하는 일은 보병제9연대의 몫이었다. 가미지마 지대(보병제9연대제1대대)는 상륙하자마자 북상하여 라 유니언 주의 산 페르난도에서 남하 중인 다나카 지대와 합류하여 상륙해안의 북쪽 측면을 보호할 것이었다. 그동안 군예비대(보병제9연대제2대대)는 바우앙을 점령하고 군직할좌측지대(보병제9연대제3대대)는 바우앙-바기오 도로를 따라 진격하여 나길리안 비행장과 바기오를 점령할 것이었다. 바기오를 점령하면 동쪽으로부터 가해질 미군의 반격을 차단할 수 있었다.
카바에 상륙한 병력은 아린게이 강을 따라 나있는 부분적으로 포장된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진격하여 로사리오를 점령할 것이었다. 아구에 상륙한 병력은 3번 도로를 따라 남하하여 다모티스를 점령할 것이었다. 이후 양 부대는 아그노 강으로 진출할 것이었다. 일본군은 아그노 강에서 미군의 강력한 첫번째 방어선을 만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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