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어뢰정의 반격

 

일본군은 1941년 12월 19일 하루 종일 각종 주정을 사용하여 홍콩섬과 구룡반도 사이의 해협을 건너 병력과 장비를 실어날랐다.

관측소를 상실한 영국의 해안포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저지하지 못했다.

홍콩의 영국해군을 지휘하던 알프레드 콜린슨 대령은 제2어뢰정편대(2nd MTB flitilla)를 투입하여 일본군의 수송을 방해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어뢰정 7호(MTB 7)의 정장 론 애슈비 중위에게 어뢰정 6척(어뢰정 7호, 9호, 11호, 12호, 26호, 27호)를 이끌고 해협에 진입하여 일본군 주정들을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애슈비 중위는 어뢰정들을 이끌고 홍콩섬의 서해안을 돌아 북상했다.

공격은 2척씩 짝을 지어 차례로 실시하기로 했다.

우선 애슈비 중위의 어뢰정7호가 어뢰정 9호와 함께 공격에 나섰다

 

(1941년 12월 19일에 실시한 영국어뢰정의 반격. 출처 :Hong Kong 1941-45, P.53 )

 

19일 오전 8시 45분, 어뢰정 7호와 9호가 나란히 30노트의 속력으로 서쪽으로부터 해협에 진입했다.

왐포아 부두를 지났을 때 어뢰정 7호가 북쪽 구룡만에서 일본군의 모터보트 3척을 발견했다.

모터보트마다 15명에서 20명 정도의 일본군이 타고 있었으며 역시 일본군이 가득 올라탄 소형주정 1척씩을 매달고 홍콩섬을 향하여 남진하고 있었다.

 

애슈비 중위는 즉시 공격명령을 내렸고 어뢰정 7호는 속력을 37노트로 올리면서 북상하여 달려들었다.

일본군의 모터보트는 깜짝 놀라 뱃머리를 돌려 북쪽으로 달아났으나 37노트로 달려드는 어뢰정에게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어뢰정 7호는 일본군의 모터보트로부터 100m 까지 접근하자 루이스 기관총으로 공격을 가했다.

영국어뢰정은 뱃머리와 후미에 루이스 연장 기관총 각 1정씩, 그리고 중앙에 단장 1정으로 합계 5정의 루이스 기관총을 장착하고 있었다.

모터보트에 탄 일본군들도 궁지에 몰리자 소총과 기관총으로 반격했다.

어뢰정 7호는 기관총을 난사하면서 일본군 모터보트의 불과 5m 전방까지 접근하여 2척을 침몰시키고 타고있던 일본군을 몰살시켰다.

이어서 폭뢰를 2발 떨어뜨렸으나 수심이 얕아 폭발하지 않았다.

그 순간 일본군의 총탄이 기관에 맞아 속력이 떨어지자 어뢰정 7호는 뱃머리를 돌려 서쪽으로 빠져나갔다.

 

한편 전투가 벌어지던 순간 어뢰정 7호의 남쪽에 있던 어뢰정 9호는 7호에 가려서 제대로 사격을 하지 못했다.

어뢰정 7호가 일본군의 반격으로 속력이 떨어지면서 오른쪽으로 선회하자 9호가 북쪽으로 치고 나가 도망치는 일본군의 3번째 모터보트를 추격하면서 총격을 가했으나 피해만 입히고 격침하지는 못했다. 

 

일본군의 총격으로 기관에 손상을 입어 속력이 떨어진 어뢰정 7호는 서쪽으로 빠져나가다가 홍콩섬에 병력을 내려놓고 돌아가던 일본군의 보트를 발견하고 총격을 가했으나 피해만 입혔을 뿐 격침하지 못했다.

이때 어뢰정 7호는 홍콩섬 북해안의 태고 조선소에 상륙한 일본군이 쏘아대는 총탄에 맞아 추가로 피해를 입고 속력이 더 떨어졌다.

비실거리며 해협을 빠져나오던 어뢰정 7호는 구룡시 앞바다에서 일본군 보트를 만나 다시 2척에게 피해를 입혔으나 역시 격침하는데는 실패했다.

어뢰정 7호는 해협을 빠져나오자마자 기관이 멈추는 바람에 동료 어뢰정에 이끌려 철수해야 했다.

애슈비 중위는 이날의 활약으로 수훈십자훈장(Distingushed Service Cross)을 받았다.

 

(수훈십자훈장. http://en.wikipedia.org/wiki/Distinguished_Service_Cross_(United_Kingdom)

 

한편 어뢰정 9호는 빠져나오다가 구룡만 동쪽에서 일본군 보트 2척에게 피해를 입혔으나 격침에는 실패했다.

해협을 빠져나오던 어뢰정 9호는 왐포아 부두 쪽으로 접근하여 일본군 보트에 추가로 피해를 입힌 후 무사히 탈출했다.

 

이어서 2척의 어뢰정이 진입했을 때는 일본군이 대비하고 있다가 반격을 가했으며 육군의 Ki-27 전투기까지 가세하여 저공비행을 하면서 기총소사를 가했다.

결국 적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한 채 1척이 침몰하자 애슈비 중위는 추가 공격을 취소했다.

그러나 어뢰정 1척이 명령을 어기고 해협으로 진입했다.

이 용감하지만 무모한 어뢰정은 구룡부두를 공격하다가 일본군의 반격을 받아 격침되었다. 

 

19일 아침에 실시한 어뢰정의 공격으로 일본군의 모터보트 2척이 침몰했고 여러 척이 피해를 입었으며 고속항진하는 어뢰정이 일으킨 물살에 의하여 모터보트에 매달려 해협을 건너던 무동력의 소형 주정 몇 척이 뒤집어져 타고 있던 일본군이 익사했다.

어뢰정의 반격은 영국해군의 용기를 보여주는 쾌거였고 나름대로 성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전세를 돌이키기에는 늦었고 홍콩섬 전투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전과 또한 미약했으므로 홍콩 전투의 향방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었다.

Posted by 대사(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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