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철수

 

일본함대는 12월 7일 오전 10시부터 제1차 공격대를 수용하기 시작했으며 제2차 공격대는 오전 11시 15분부터 착함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함재기가 착함한 것은 12시 15분이었다.

바다는 이함 당시보다 더 거칠어져 착함이 어려웠다.

일부 기체는 착함하지 못하고 부근 해상에 착수했으며 일본항모의 정비병들은 공격 및 착함 과정에서 심하게 망가진 기체를 바다에 밀어넣었는데 이런 식으로 상실하거나 폐기한 기체가 약 20대에 달했다.

 

공격대가 돌아오면서 전과 집계가 시작되었다.

아카기의 항공장 마스다 쇼고 중좌가 함교에 가까운 비행갑판에 커다란 칠판을 걸어놓고 제1항공함대 뇌격대장인 무라타 시게하루 소좌의 도움을 받아 전과를 표로 만들었다.

제1항공함대의 항공참모 겐다 미노루 중좌가 가끔 비행갑판에 내려와 집계 중인 표를 살펴보고는 함교로 가서 제1항공함대 사령관 나구모 주이치 중장과 참모장 구사카 류노스케 소장에게 보고했다.

 

(일본해군의 항공모함 아카기.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공격대 전체를 지휘했던 후치다 미츠오 중좌의 97식함상공격기는 정오가 약간 지나 착함했다.

나구모 중장은 즉시 후치다 중좌를 호출했으나 후치다 중좌는 자신의 관찰을 동료 조종사와 비교해 보기를 원했다.

후치다 중좌는 칠판 쪽으로 다가가서 표를 살펴보고 주로 중대장급인 15명 정도의 조종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 결과 후치다 중좌는 자신이 관찰한 바와 동료 조종사들의 의견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관찰에 자신감을 가진 후치다 중좌는 나구모 중장을 만나러 갔다.

 

함교에는 나구모 중장, 구사카 소장 및 겐다 중좌 이외에도 아카기의 함장인 하세가와 기치 대좌와 제1항공함대의 선임참모 오이시 다모츠 중좌를 비롯한 몇몇 장교들이 후치다 중좌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치다 중좌는 정식 브리핑 방식으로 시간별로 설명을 시작했으나 나구모 중장이 끼어들었다.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전함 4척을 격침하고 4척에 피해를 입혔습니다."

 

후치다 중좌가 대답했다.

그는 이어서 함정에 입힌 피해를 정박 중이던 선석과 함종을 들어가며 하나하나 열거하기 시작했다. 

그때 나구모 중장이 다시 끼어들었다.

 

"자네는 미국함대가 6개월 이내에 바깥으로 나올 수 있다고 보는가?"

 

후치다 중좌는 짜증이 밀려왔으나 꾹 참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미국 태평양함대의 주력은 향후 6개월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자 나구모 중장은 얼굴이 밝아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구사카 소장이 미군의 반격 위험성에 대해 언급하자 후치다 중좌와 겐다 중좌는 오아후와 주변 해상의 제공권은 현재 일본함대가 쥐고 있다며 안심시키려 했다.

그러자 오이시 중좌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적은 우리 기동부대에 반격할 능력이 없다는 뜻인가?"

 

"적의 비행기를 많이 파괴했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아마도 적은 기동부대를 공격할 능력을 아직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후치다 중좌의 대답을 들은 오이시 중좌는 입을 다물었지만 불안한 낯빛을 감추지 못했다.

 

이때 나구모 중장이 토론으로 돌아왔다.

 

"자네는 우리가 놓친 적의 항공모함들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후치다는 솔직하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 해상에서 훈련 중일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쯤은 틀림없이 공격소식을 듣고 기동부대를 찾고 있을 것입니다."

 

대답을 들은 나구모 중장은 크게 걱정했으며 오이시 중좌는 다시 적의 반격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겐다 중좌의 의견을 물었다.

 

"올테면 오라지요. 몽땅 격추해버릴 겁니다."

 

겐다 중좌는 호기롭게 대답했다.

 

나구모 중장은 후치다 중좌에게 칭찬을 하고는 내보냈다.

침모들과의 간단한 회의를 거친 나구모 중장은 철수를 결정했다.

 

제2항공전대 사령관 야마구치 다몬 소장은 제3차 공습 준비를 하다가 철수 명령을 받았다.

야마구치 소장은 실망했으나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지는 않고 명령에 따랐다.

 

제5항공전대 사령관 하라 주이치 소장과 선임참모 오하시 교조 중좌는 나구모 중장이 제3차 공격명령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미군의 반격을 두려워하던 하라 소장은 철수 명령이 떨어지자 군말없이 따랐다. 

 

공격대의 착함에 이어 전투초계기들이 착함하자 일본함대는 제1급유대와 만나기 위하여 330도로 침로를 바꾸어 26노트의 속력으로 북상했다.

이로써 진주만 기습이 끝났다.

오후 1시경에 나구모 중장은 무선침묵을 깨고 일본에 정박 중이던 야마모토 제독의 기함 나가토에 기습이 성공했다는 사실과 미군에게 입힌 피해를 타전했다.

Posted by 대사(P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