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유타, 롤리, 헬레나, 오글라라

 

오전 7시 49분에 오아후 섬 북쪽의 와이메아 산 상공에서 후치다 미츠오 중좌가 돌격하라는 명령을 내리자 무라타 시게루 소좌가 지휘하는 40대의 뇌격기들은 2개로 나뉘었다.

무라타 소좌가 지휘하는 아카기와 카가 소속의 뇌격기 24대는 오카지마 기요구마 대위가 지휘하는 히류 소속 제로기 6대의 호위를 받으면서 와이아나에 산맥 서쪽 기슭을 따라 남하했다.

마츠무라 히라타 대위가 지휘하는 히류와 소류 소속 뇌격기 16대는 제로기의 호위없이 와이아나에 산맥 동쪽 기슭을 따라 남하했다. 

40대로 이루어진 뇌격기들은 최소 16발, 최대 21발의 어뢰를 진주만에 정박중이던 전함 4척, 표적함 1척, 그리고 경순양함 2척에 명중시켜 전함 3척(오클라호마, 웨스트버지니아, 캘리포니아), 표적함 1척(유타), 기뢰부설함 1척(오글라라)을 격침하고 전함 1척(네바다), 경순양함 2척(롤리, 헬레나)에 피해를 입혔다.

 

(진주만 기습 상황도.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1/1c/Pearl_Harbor_bombings_map.jpg)

 

마츠무라 대위가 이끌던 히류와 소류의 뇌격기 16대는 원래 포드 섬의 북서쪽에 정박하던 항공모함들이 목표였으나 그날 아침에 항모들은 없었다.

대신 경순양함 디트로이트와 롤리, 표적함 유타, 그리고 수상기모함 탠지어가 나란히 정박하고 있었다.

 

(진주만 기습 당시 함정의 배치상황. http://commons.wikimedia.org/wiki/Category:Pearl_Harbor_attack_-_maps#mediaviewer/File:Pearl_Harbor_before_strike.gif)

 

히류의 뇌격기를 이끌고 포드 섬의 북서쪽에서 접근하던 마츠무라 대위는 유타를 보고는 표적함인 것을 알아채고 부하들을 이끌고 오른쪽으로 꺾어 에바 비행장 쪽으로 선회했다.

소류의 뇌격기를 이끌던 나가이 츠요시 대위 또한 유타가 표적함임을 알고 포드 섬을 넘어갔다.

 

그러나 소류의 뇌격기 8대 중 6대는 유타를 노리고 어뢰를 발사했다.

유타를 노린 6발의 어뢰 중 2발이 유타에 명중하고 1발은 롤리에 맞았으며 나머지 3발은 빗나갔다.

 

오전 8시 1분에 유타의 좌현 후방에 어뢰 2발이 잇달아 명중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침수가 일어나자 함장 솔로몬 이스퀴스 중령은 퇴함명령을 내렸다.8시 12분에 유타는 전복되었다.

피터 토믹 상사는 갑판 아래에서 수병들의 퇴함을 돕고 마지막 순간까지 함의 동력을 유지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에게는 명예훈장이 추서되었다.

 

포드 섬 해안에 도착한 함장 이스퀴스 중령은 뒤집어진 함체 내에서 살아남은 승조원들이 구조를 요청하면서 뱃전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역시 어뢰를 맞아 정신이 없던 경순양함 롤리에서 토치램프를 빌린 다음 자원자들과 함께 뒤집힌 유타로 가서 철판을 잘라내어 4명을 구조했다.

유타의 승조원 525명 중 64명이 전사했다.

 

(전복되는 유타의 모습)

 

유타 앞에 정박 중이던 경순양함 롤리는 유타를 노렸던 어뢰 중 1발을  맞았다.최초의 1발은 함수 쪽으로 빗나갔으나 다른 1발이 좌현 중앙에 명중하여 2번 보일러실과 전방 기관실을 침수시켰다.

 

어뢰가 함의 전력 계통을 망가뜨리는 순간 롤리의 나팔수가 전투배치신호를 불었으며 곧 3인치 대공포가 작렬하기 시작했다.

이날 롤리는 단독 또는 합동으로 5대의 일본기를 격추했다.

 

침수가 진행되면서 함이 왼쪽으로 기울자 보수반원들은 역침수를 실시하는 것과 동시에 무거운 물품들을 바다로 버렸고 승조원들은 우현 너머 정박용 부표에 추가로 밧줄을 걸어 전복을 막았다.

그동안 보수반원들이 침수를 막는데 성공하여 롤리는 침몰을 면했다.

 

롤리는 제2차 공격에서 아카기의 급강하폭격기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1발의 250kg 짜리 철갑탄이 명중했으나 천만다행으로 함체를 그대로 뚫고 나가 해저에서 폭발했다.

이날 롤리에서는 기적적으로 부상자만 몇 명 나왔을 뿐 전사자는 없었다.

 

(어뢰를 맞아 기울어진 롤리. 뒤에 전복된 유타가 보인다.)

 

포드 섬을 건넌 나가이 대위는 1010부두에 정박 중인 전함을 발견하고 어뢰를 발사했다.

그 직후 나가이 대위는 자기가 공격한 것이 전함이 아니라 작은 군함 2척이 겹쳐서 전함처럼 보인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가이 대위가 공격한 것은 2중으로 정박하고 있던 기뢰부설함 오글라라와 경순양함 헬레나였다.

평소 펜실베니아가 있던 자리에 정박한 2척의 함정은 전함으로 오인받아 어뢰공격을 받았다.

 

오전 7시 57분, 어뢰는 오글라라의 함저를 지나쳐 헬레나의 우현 중앙 부근, 3번 주포탑 바로 앞에 명중했다.

폭발 순간 전투배치를 위하여 부근을 달리고 있던 20명이 전사하고 기관실 하나와 보일러실 하나가 침수되었으나 수병들이 재빨리 방수문을 닫아서 더 이상의 침수를 막았다.

어뢰에 맞는 순간 전기가 나갔으나 보수반이 전방 디젤 발전기를 가동함으로써 모든 포탑에 전원이 들어왔으며 펌프가 작동하면서 역침수를 실시하여 전복을 막았다.

어뢰에 명중한 지 4분 후인 오전 8시 1분부터 헬레나는 대공포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1010부두 옆에 전복되어 침몰한 기뢰부설함 오글라라. 앞쪽에 경순양함 헬레나가 보인다. http://en.wikipedia.org/wiki/USS_Oglala_(CM-4)#mediaviewer/File:USS_Oglala_(CM-4)_capsized_at_Pearl_Harbor_1941.jpeg)

 

헬레나 바깥쪽에 정박 중이던 오글라라는 헬레나에 명중한 어뢰의 폭발로 좌현 중앙 배 밑바닥이 터지면서 보일러실이 침수되었다.

동력이 나가서 펌프를 사용할 수 없는 가운데 수병들이 격실을 밀폐하려 했으나 구식 설계의 낡은 함정인 오글라라는 격벽이 시원찮아서 침수를 막을 수가 없었다.

침수가 계속 진행되자 오글라라는 헬레나를 가두지 않도록 예인함에 이끌려 뒤로 빠졌다.

오글라라가 심하게 기울어져 제대로 걸어다니기도 힘들 지경이 되자 오전 9시 30분에 오글라라를 기함으로 삼고 있던 태평양함대 기뢰부대 사령관 윌리엄  펄롱 소장이 퇴함명령을 내렸다.

퇴함 명령이 내려진 지 30분 후인 오전 10시에 오글라라는 왼쪽으로 전복되면서 1010부두 옆에 침몰했다.

다행히 전사자는 없었다.

Posted by 대사(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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