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상륙장갑차

 

퍼시픽 제5편을 보면 유진 슬레지 일병이 펠렐리우에 상륙할 때 렉키 일병이 과달카날에서 상륙할 때 탔던 차량병력상륙정(LCVP) 과는 전혀 다른 궤도달린 수륙양용의 장갑차를 타고 상륙합니다.

이것이 바로 LVT(Landing Vehicle, Tracked) 이며, 미육군 등에서는 Amphibious Tractor 의 줄임말인 Amtrac 이라고도 부르며 우리나라에서는 상륙장갑차로 번역합니다.

(제5편에서 나온 상륙장갑차)

 

상륙장갑차는 원래 늪지가 많은 플로리다 주에서 인명구조용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미국의 젊고 부유한 발명가인 도날드 뢰블링이 발명한 궤도를 갖춘 수륙양용차량입니다.

뢰블링은 1935년에 물갈퀴가 달린 궤도를 물에 뜰 수 있는 방수차체에 부착하여 수륙양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궤도차량을 만들고는 여기에다가 '앨리게이터' 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1937년에 라이프 지에 실린 앨리게이터의 사진을 보고 흥미를 느낀 해병대는 이걸 군사용으로 사용하기를 원했지만 해군의 무관심으로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데 실패합니다.

그러다가 유럽에서 전쟁이 터진 후에야 간신히 예산을 획득한 해병대는 1940년 1월에 뢰블링과 앨리게이터를 개량한 상륙용 궤도차량을 개발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1941년 7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는데 이게 바로 LVT(1) 입니다.

 

이 LVT(1)은 1942년 8월의 과달카날 상륙작전에 최초로 투입되었지만 그때는 병력상륙용이 아니라 물자수송용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과달카날 상륙작전 당시 옵저버로 참가했다가 상륙장비로서 상륙장갑차의 가능성을 꿰뚫어 본 제2해병사단의 작전참모 쇼업 중령은 타라와 상륙작전을 계획하면서 최초로 125대의 상륙장갑차를 상륙작전에 투입합니다.

타라와 상륙작전은 그야말로 전사에 길이 남을 피투성이의 상륙작전이었지만 그나마 상륙장갑차가 없었다면 상륙작전은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을 것이라는게 타라와 작전의 교훈을 도출하기 위한 해군과 해병대의 공동 회의에서 나온 결론이었습니다. 

이후 상륙장갑차는 개량을 거듭하면서 상륙작전의 총아로 자리잡게 되었고, 현재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해병대가 LVT 의 직계 후손인 AAAV 등의 상륙장갑차를 대량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퍼시픽 5편에서 나온 상륙장갑차는 개량형인 LVT(2) 로서 길이 8m, 폭 3.3mm, 승무원 3명, 적재량 3톤 또는  24명, 출력 100마력, 속력 수상 5.4노트, 지상 40km/hr, 항속거리 수상 140km, 육상 240km, 무장 50구경(12.7mm) 기관총 1정, 30구경(7.62mm) 기관총 1정입니다.

 

(제5편에서 잘 보면 왼쪽 기관총과 오른쪽 기관총이 다르다는 것이 보일 겁니다. 구별이 되시는지요..이거 구별되면 군필, 아니면 미필?ㅋㅋ..)

 

기왕이면 상륙장갑차에다가 상륙한 보병을 엄호하는 기능을 추가하면 어떨까요?

이런 생각으로 만든 것이 바로 LVT(1)을 개량한 LVT(A)1 입니다.

이것은 LVT(1)의 수송기능을 상당부분 희생하는 대신 37mm 포를 장착한 포탑을 얹은 것입니다.

LVT(A)1 의 승무원은 6명, 무장은 37mm 포 1문과 30구경(7.62mm) 기관총 3정입니다.

 

(뒷쪽에 화살표로 표시된 포탑을 얹은 LVT(A)1 이 보이지요?)

 

이런 LVT(A)1 은 원래 수송용 상륙장갑차보다 먼저 해안에 도달하여 수송용 상륙장갑차들이 안전하게 해안에 도착할 수 있도록 외곽 방위선을 편성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따라서, 원래 이러한 LVT(A)1 들은 상륙제1파의 선두에서 가장 먼저 상륙하며, 수송용 상륙장갑차들은 그 뒤를 따르는 것이 보통입니다.

실제로 펠렐리우 전투에서도 LVT(A)1 이 수송용 상륙장갑차보다 먼저 상륙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수송용 상륙장갑와 거의 평행하게 달리는 것처럼 나오지요.

 

상륙장갑차의 단점으로는 수상속력이 차량병력상륙정같은 상륙주정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이 가장 컸습니다.

 

초기형 상륙장갑차의 또다른 단점 하나..

LVT(1), LVT(2), LVT(3) 는 적재함에 따로 문이 없어서 내릴 때 옆으로 뛰어내려야 합니다.

평소라면 큰 상관은 없지만 적의 총탄이 빗발치는 해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요.

 

(LVT 에서 내리다가 재수없으면 이런 사태가..)

 

그래서 개량형인 LVT(4) 에서는 적재함 뒷쪽에 문을 달아서 병력들이 뒤로 내릴수 있도록 했습니다.

LVT(4) 는 1943년 12월부터 생산이 개시되어 펠렐리우 전투에도 투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유진이 탄 상륙장갑차는 구형인 LVT(2)였기 때문에 병력들이 옆으로 뛰어내려야 했지요.

렉키가 탔던 상륙장갑차는 뒷쪽에 문이 달린 신형 LVT(4) 였으나 앞에서 기관총을 맡고 있던 렉키 이병은 상륙장갑차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하여 상륙장갑차의 옆으로 뛰어 내렸습니다.

Posted by 대사(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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