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리펄스의 용전
다카이 사다오 대위가 이끄는 원산항공대 제2분대는 이시하라 대위의 제1분대와 헤어져 리펄스를 공격하기 위하여 접근했다.
미호로항공대 제1분대의 폭탄을 맞은 리펄스의 함미에서는 한줄기 연기가 오르고 있었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다카이 대위의 머릿 속에 갑자기 자신이 보고있는 함정이 공고급일지 모른다는 걱정이 생겨났다.
전날 죠카이를 공격할 뻔했던 경험이 강렬했던 것이다.
다카이 대위는 승무원 1명을 불러 의견을 물어보았는데 그 승무원도 공고급처럼 보인다고 대답했다.
이때 제1분대인 이시하라 분대는 프린스오브웨일스를 공격하면서 치열한 대공포 세례를 받고 있었는데 아군이라면 저렇게 대공포를 쏘아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카이 대위는 다시 혼란해졌다.
(순양전함 리펄스.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사진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HMS_Repulse_(1916)
(공고급 전함 하루나.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사진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Kong%C5%8D-class_battlecruiser)
다카이 대위는 영국전함의 특징을 기억해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당시 일본해군 조종사들은 미국함정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공부했지만 영국함정에 대해서는 가볍게 지나쳤던 것이었다.
3년 전에 공고를 방문했던 다카이 대위는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쌍안경으로 국기를 자세히 관찰한 후 영국함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다카이 분대는 이시하라 분대보다 12분 늦게 공격을 시작했다.
다카이 분대가 공격을 시작했을 때 리펄스는 프린스오브웨일스에서 남쪽으로 1.6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필립스 제독으로부터 행동의 자유를 인정받은 함장 테넌트 대령은 침로를 계속 오른쪽으로 꺾어 리펄스의 함수를 접근하는 일본기 쪽으로 돌림으로써 뇌격에 유리한 각도를 주지 않으려고 했다.
다카이 분대는 각도를 잡기 위하여 시속 370km 가 넘는 속력으로 기동했다.
일본기가 접근하자 리펄스의 대공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리펄스의 대공화력은 프린스오브웨일스보다 약했다.
리펄스는 4인치 포 20문을 가지고 있어서 겉보기에는 5.25인치 양용포 16문을 가진 프린스오브웨일스에 크게 뒤지지 않았으나 실상은 달랐다.
4인치 포 20문 중에서 부앙각이 높아 대공포로 분류되는 것은 6문이었는데 이 대공포들은 수동으로 포좌를 움직여야 했고 프린스오브웨일스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사격통제장치를 가지고 있었다.
부앙각이 낮은 나머지 14문의 4인치 부포도 저공으로 접근하는 뇌격기에 대해서는 사격이 가능했으나 당시 부포들에게는 시한신관이 공급되지 않아서 접촉신관으로 사격해야 했다.
따라서 여러 문의 4인치 부포가 불을 뿜는 광경은 보기에는 화려해도 대공포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었다.
8연장 폼폼대공포는 3대가 있었는데 1대는 폭탄에 맞을 당시 모터가 고장났고 1대는 사격을 시작하자마자 8개의 포신 가운데 6개에 고질적인 걸림이 발생했다.
이외에 오리콘 기관포 4문과 12.7mm 기관총 4정이 대공화망을 구성했다.
리펄스에 접근한 다카이 분대는 일제히 어뢰를 떨어뜨리고 리펄스 상공을 지나 이탈했다.
역시 몇 대의 일본기는 리펄스에 기총소사를 가하여 대공포수 1명과 탄약을 나르던 승조원 몇 명을 사살했다.
이때 리펄스에 접근하던 다카하시 대위의 미호로항공대 제4분대도 역시 어뢰를 떨어뜨렸다.
8대의 96식 육상공격기로 이루어진 다카하시 분대는 너무 먼 거리에서 어뢰를 떨어뜨렸다.
따라서 다카하시 분대가 떨어뜨린 어뢰는 1발도 맞지 않았지만 육상공격기들 또한 리펄스의 대공포화로부터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어뢰가 접근하자 리펄스의 함장 테넌트 대령은 노련하게 조함했다.
25노트로 달리는 거대한 함체가 구축함처럼 날렵하게 변침하면서 어뢰를 모조리 피했다.
훗날 테넌트 대령은 자신이 확인하고 피한 어뢰가 최소한 12발이라고 보고했고 리펄스의 승조원들은 19발이라고 말했다.
일본측 기록에 따르면 리펄스를 노린 어뢰는 다카이 분대 7발, 다카하시 분대 8발, 이시하라 분대 1발로 16발이다.
리펄스가 현란한 움직임으로 어뢰를 피하고 있을 때 시라이 분대가 돌아왔다.
수평폭격으로 250kg짜리 고폭탄 1발을 리펄스에 명중시켰던 시라이 분대는 그 댓가로 2대가 피해를 입어 사이공으로 돌아가고 이제 6대로 줄어 있었다.
시라이 분대는 3,600m 고도로 리펄스 상공을 통과하면서 6발의 폭탄을 떨어뜨렸으나 명중탄을 내지 못했다.
어뢰에 집중하고 있던 리펄스의 승조원들은 폭격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마지막 어뢰는 다카이 대위의 육상공격기가 투하했다.
첫번째 시도에서 어뢰가 투하되지 않았던 것이다.
다카이 대위는 단독으로 리펄스에 다시 접근하여 어뢰를 투하했다.
이 과정에서 리펄스의 대공포화를 혼자 뒤집어썼지만 다행히 아무 피해도 없었다.
그러나 어뢰 또한 빗나갔다.
테넌트 함장은 16발의 어뢰와 6발의 폭탄을 모두 피하는 뛰어난 조함술을 발휘했다.
이로써 전반전이 끝났다.
25대의 뇌격기와 8대의 폭격기로 이루어진 일본군은 프린스오브웨일스에 어뢰 1발, 리펄스에 폭탄 1발을 명중시켰다.
대공포로 반격한 Z 부대는 일본기 1대를 격추하고 2대에 심한 피해를, 그리고 10대에 가벼운 피해를 입혔다.
Z 부대의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었으며 26대의 뇌격기와 17대의 폭격기가 현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짧은 막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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