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최초의 공격

 

1941년 12월 10일 오전10시 55분에 Z 부대 상공에 가장 먼저 나타난 육상공격기는 시라이 요시미 대위가 지휘하는 미호로항공대 제1분대의 96식육상공격기 8대였다.

폭탄을 장착한 육상공격기 4개 분대 중에서 3개 분대는 500kg 짜리 고폭탄 1발씩 장착하고 있었고 시라이 분대만이 유일하게 250kg 짜리 고폭탄 2발씩 장착하고 있었다.

 

시라이 대위는 먼저 적 함대에게 항공엄호가 붙어 있는지를 살폈으나 영국전투기는 보이지 않았다.

안도한 시라이 대위는 남쪽으로 우회한 다음 태양을 등지고 북상하면서 폭격을 가하기로 했다.

영국함대를 관찰한 시라이 대위는 후방의 대형함이 리펄스인 것을 알고 장갑이 얇은 리펄스를 표적으로 삼았다.

 

(미츠비시 G3M 96식 육상공격기,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사진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Mitsubishi_G3M)

 

접근하는 일본기들을 발견한 프린스오브웨일스는 전투깃발을 내걸고 이어서 깃발신호로 30도 우현 선회를 명했다.

프린스오브웨일스의 우현에 위치한 5.25인치 양용포 8문은 사격준비에 들어갔다.

접근하는 일본기의 거리, 고도 및 속력을 표시기(Plotting Table)에 입력하자 신관조정 수치가 대공포좌로 전달되었다.

포수들이 11,000m 로 신관을 조정한 포탄을 장전하자 우현 전방 고각포 지휘장교(Starboard Forward High-Angle Control Officer)인 켐프슨 대위가 앉아있는 지휘책상의 불이 켜지면서 사이렌이 울렸다.

켐프슨 대위가 버튼을 누르자 대공포는 발사되었다.

그동안 표시기는 새로운 정보를 입력받아 새로운 신관조정 수치를 대공포좌로 전달했고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우현 후방 고각포 지휘장교도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리펄스에서도 우현에 자리잡은 4인치 대공포들이 사격을 시작했다.

 

Z 부대가 우현으로 변침하면서 일본기의 침로와 속도에 적응하여 탄막을 점점 접근시키던 우현의 대공포들은 사격을 멈추었고 좌현 대공포들이 사격을 시작했다.

필립스 제독이 다시 깃발신호로 좌현 50도 선회를 명하자 일본기들의 침로와 속력에 적응하고 있던 좌현 대공포들이 침묵하고 다시 우현 대공포가 사격을 시작했다.

문제는 필립스 제독이 함대 행동을 고집하고 있었다는 점으로서 이런 상황에서는 함장에게 기동 권한을 주어 자유롭게 개별적으로 기동하면서 대공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했다.

프린스오브웨일스와 리펄스의 대공포는 최초의 공격에서 일정한 속력으로 일정한 고도와 침로를 따라 접근하는 일본기들을 1대도 격추하지 못했는데 여기에는 필립스 제독의 책임이 컸다.

필립스 제독도 실수를 깨닫고 다음 공습에는 함정들의 자유행동을 허락했다.

 

최종 폭격 항정에 들어간 시라이 분대는 프린스오브웨일스의 상공을 함수부터 함미까지 가로질렀다.

프린스오브웨일스의 승조원들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일본기들을 바라보았으나 일본기들은 프린스오브웨일스의 상공을 지나 뒤따르던 리펄스에게 폭탄을 떨어뜨렸다.

앞장선 시라이 대위 탑승기의 폭격수가 폭탄을 떨어뜨리자 나머지 7대도 따라서 폭탄을 떨어뜨렸는데 시라이 대위는 250kg 짜리 폭탄 2발 중 1발만 떨어뜨리라고 명령했다.

오전 11시 13분에 8발의 폭탄이 리펄스의 우현 방향에서 좌현 방향으로 가로질러 떨어졌으며 1발이 명중했다.

 

(리펄스의 피격 순간. 위에 보이는 함정은 프린스오브웨일스이다.

https://en.wikipedia.org/wiki/Sinking_of_Prince_of_Wales_and_Repulse)

 

명중탄은 리펄스의 우현 후방에 위치한 수상기 격납고와 그 아래에 있던 해병숙소를 관통한 후 보일러실을 덮고 있는 장갑판 위에서 폭발했다.

이 폭발로 해병숙소와 사출기 부근에 불이 났으며 왈루스 수상기 1대가 파괴되어 바다에 버려야 했다.

1명이 죽었고 몇 명이 다쳤는데 부상자 중에는 폭발의 충격으로 보일러실 천정의 증기배관이 파열되면서 증기가 누출되어 화상을 입은 화부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피해는 가벼운 편이었다.

순양전함인 리펄스의 장갑판은 얇아서 폭탄에 맞은 곳에서는 두께가 25mm 에 불과했다.

만일 철갑탄이었거나 500kg 짜리 고폭탄이었으면 장갑판을 관통하여 아래의 보일러실을 분쇄했겠지만 250kg 짜리 고폭탄은 관통력이 모자랐다.

명중탄은 리펄스의 함체에 가벼운 피해만을 입혔으며 함장 테넌트 대령은 필립스 제독에게 명중탄이 없다고 보고했다.

 

폭격을 끝낸 시라이 분대는 북쪽으로 물러가서 진형을 정비했다.

첫번째 교전에서 프린스오브웨일스의 5.25인치 양용포는 108발, 리펄스의 4인치 대공포는 36발을 쏘았다.

양함의 대공포는 일본기를 1대도 격추하지 못했지만 8대 중 5대에 피해를 입혔고 2대는 피해가 심하여 2번째 폭격을 포기하고 기지로 돌아가야 했다.

만약 필립스 제독의 실수가 아니었다면 1-2대 정도는 격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전 11시 20분에 시라이 분대가 Z 부대의 시야를 벗어나면서 첫번째 공격이 끝났다.

시라이 분대는 3,000m 높이에서 수평폭격으로 해상에서 기동 중인 리펄스에 8발의 폭탄을 떨어뜨려 1발을 명중시키는 뛰어난 명중율을 보여주었으나 폭탄의 위력 부족으로 큰 피해를 주는데는 실패했다.

시라이 분대의 폭격은 시작에 불과했다.

오전 11시 30분, Z 부대의 레이더가 남동쪽에서 북상하는 더 많은 숫자의 일본기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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