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진주만 기습

1941년 12월 7일 새벽, 엔터프라이즈 소속인 제6정찰비행대대의 마누엘 곤잘러스 소위가 조종하는 돈틀리스 급강하폭격기가 포드섬에 있는 해군비행장으로 날아갔다.
오전 8시경, 엔터프라이즈의 통신실에 곤잘러스 소위가 무전기에다 대고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잡혔다.

 

"제발 쏘지 마! 쏘지 말라니까! 이건 미군 비행기라구."
("Please don't shoot! Don't shoot! This is an American Plane.")

 

잠시 후 곤잘러스 소위가 통신병(이자 후방사수)인 리어나도 코즐렉 일병에게 낙하산으로 탈출하라고 명령하는 소리가 들리고 통신이 끊겼다.

그 직후 엔터프라이즈는 태평양함대 사령부로부터 진주만을 공습한 일본함대를 수색하여 공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 명령에 따라 엔터프라이즈에서는 8시 15분부터 엔터프라이즈의 비행단장인 하워드 영 소령의 지휘 하에 제6정찰비행대대에서 13대, 제6폭격비행대대에서 4대등 총 18대(1대는 비행전대장기)의 돈틀레스 급강하폭격기를 발진시켜서 엔터프라이즈의 동남방 240km 지역을 수색했다.

엔터프라이즈에게 수색명령을 내릴 당시 진주만에서는 오아후 섬의 서쪽을 돌아 남쪽으로부터 진주만에 돌입한 일본의 함상공격기를 보고 하와이 남쪽 어딘가에 있는 일본함대로부터 출격하였다고 추측하였으나 틀린 예상이었다.
방향이 엉뚱하게 설정된 관계로 수색은 실패했다.

수색에 참가했던 함재기들은 포드 섬에 착륙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었는데 이들이 포드 섬 상공에 도착한 시간이 마침 일본의 제2차 공격대의 공습시간과 맞물려서 일본기의 공격과 아군의 대공포화에 의하여 6대의 돈틀리스 급강하폭격기가 격추되어 8명의 전사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때 제6정찰비행대 소속의 디킨슨 대위가 조종하던 돈틀레스의 후방사수인 윌리엄 밀러 병장은 제로기의 공격으로 인두부와 손목에 총상을 입으면서도 후방석의 7.62mm 기총으로 총탄이 떨어질 때까지 반격을 가하여 1기의 제로기를 격추함으로써 엔터프라이즈의 공식격추기록 제1호를 달성했다.
그 직후 디킨슨 대위의 돈틀리스는 다른 제로기의 반격을 받아 격추되었으나 디킨슨 대위와 밀러 병장은 무사히 탈출하여 생명을 건졌다.
이때 살아남아서 포드섬과 주변의 비행장에 착륙한 엔터프라이즈의 함재기 중 비행이 가능한 9대는 지상에서 대충 정비가 끝나는대로 다시 날아올라 개별적으로 일본기들이 사라져 간 방향인 북쪽으로 약 160km 까지 정찰을 실시했으나 일본함대를 찾지 못했다.

그날 오후 5시 제6뇌격대 소속의 데버스테이터 뇌격기 18대가 엔터프라이즈의 갑판을 떠났다.
뇌격기들이 적함에 충분히 접근하여 어뢰를 발사할 때까지 적대공포 사수의 시야를 가릴 연막을 발생시킬 임무를 띄고 제6폭격비행대대 소속의 돈틀리스 6대가  동행하고 있었고 이들을 제6전투비행대대 소속의 와일드캣 전투기 6대가 호위하고 있었다.
이들은 엔터프라이즈의 동남쪽 160km 까지 진출했으나 일본함대를 찾지 못했고 해가 저물자 귀로에 올랐다.

그런데 이때 프랜시스 헤벨 중위가 지휘하던 제6전투비행대대 소속의 와일드캣 6대는 엔터프라이즈로 향한 뇌격기 및 급강하폭격기와 헤어져서 포드섬의 비행장으로 향했다.
이들의 포드섬 도착은 진주만의 모든 함정과 대공포에 반복적으로 예고되어 있었지만 와일드캣이 오후 9시 10분경 히컴 비행장 상공에 도달하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격으로 공포발작을 일으킨 지상의 대공포 하나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초 사이에 지상과 함정에서 쏘아올리는 대공포로 인하여 진주만 상공이 환해졌다.
오인사격으로 인한 생지옥 속에서 허버트 멩게스 소위의 와일드캣이 아군의 대공포탄에 맞아 추락하면서 멩게스 소위는 제2차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최초의 해군전투기조종사가 되었다.
그리고 편대장 헤벨 중위와 에릭 앨런 중위가 추락하는 애기에서 탈출하다가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여 다음날인 12월 8일에 사망했다.

데이비드 플린 중위의 와일드캣은 아군의 대공포화를 피하여 필사적으로 도망가다가 연료부족으로 추락하였으나 플린 중위는 무사히 낙하산으로 탈출했다.
그리하여 6대의 와일드캣 중 당초 예정대로 포드섬의 해군비행장에 착륙한 제임스 대니얼스 소위와 포드섬의 골프장에 비상착륙한 게일 허먼 소위의 2대만이 착륙하는데 성공하여 제6전투비행대대는 오인사격으로 와일드캣 4대를 상실하고 조종사 3명이 전사하는 피해를 입었다.
조종사 3명의 전사는 제6전투비행대대가 미드웨이 해전에 참가하기 전까지 입은 가장 큰 피해였다.

다음 날인 12월 8일 저녁 무렵에 엔터프라이즈 중심의 제2기동부대는 급유를 위하여 진주만에 입항했다.
아직도 불타고 있는 전함 애리조나를 바라보며 밤새 급유작업을 마친 엔터프라이즈는 다음 날인 12월 9일 오전 6시, 아직까지 하와이 근해에 있거나 아니면 제2차공격을 위하여 다시 접근할지도 모르는 일본함대를 수색하고 격멸하라는 임무를 띄고 출항했다.
이때 엔터프라이즈 기동부대는 제8기동부대(TF8)로 이름이 바뀌었다.

다음날인 12월 10일 오전 6시 17분, 제6폭격비행대대 소속의 앤더슨 중위가 엔터프라이즈에서 남쪽으로 60km 떨어진 서경 155도 35분, 북위 23도 45분 지점에서 일본잠수함 I-70 을 발견하고 450kg 짜리 폭탄 1발을 투하하여 격침함으로써 엔터프라이즈의 공식격침기록 제1호를 달성했다.  

 

(I-70 과 같은 해대6급 잠수함. 배수량 : 1,785톤, 길이 : 104.7m, 폭 : 8.2m, 최고속력 : 수상-23노트, 수중-8.5노트, 항속거리 : 10노트로 25,900km, 무장 : 어뢰발사관 6개, 어뢰 14발, 100mm 포 1문, 최고잠항심도 : 75m, 승조원 : 70명)

 

엔터프라이즈는 하와이 근해를 초계하면서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해상에서 맞았다.

Posted by 대사(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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