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렉키 일병의 현금 보유량?

 

돈이 많으면 연애하기 쉽다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실이지요.

퍼시픽에서도 과달카날에서 죽을 고생을 하고 호주로 들어온 렉키 일병은 매력적인 호주 아가씨 스텔라 양과 애틋한(?) 사랑을 합니다.

물론 원작인 렉키의 책과 비교하면 거의 픽션 수준이지만..ㅋㅋ..

 

드라마에서는(그리고 원작에서도) 크게 드러내 놓고 강조하지는 않지만 언뜻언뜻 렉키 일병이 돈을 좀 가진 듯한 장면이 나옵니다.

 

(제3편에서 렉키 일병으로부터 실크 스타킹을 선물받고 기뻐하는 스텔라)

 

당시 실크는 상당히 귀중한 옷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태평양전쟁 이전에 세계 최대의 실크 수출국이 일본이었으며, 당시 실크는 낙하산의 재료였기 때문에 호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후방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옷감이었지요.

이러한 실크 품귀현상 속에서 1938년에 듀퐁 사가 개발한 나일론이 실크 대용품으로 널리 쓰이게 되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됩니다.

하지만 곧 나일론도 낙하산 등의 재료로 쓰이면서 생산되는 족족 군대에 납품되었기 때문에 여성들은 스타킹의 품귀현상에 시달리면서 전쟁시기를 넘겼습니다.

아무튼 렉키 일병이 암시장에서 이런 귀한 실크 스타킹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은 당시 렉키 일병에게 돈이 좀~~ 있었다는 뜻이지요.

 

(제3편에서 귀한 양다리를 통째로 구해와서 바베큐를 만들면서 일거에 스텔라 어머니로부터 대량 득점 중인 렉키 일병)

 

양다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호주군 전투식량의 육류가 주로 쇠고기와 양고기였기 때문에 호주 정부는 쇠고기와 양고기의 유통을 엄격하게 규제했고, 후방에서 이런 양다리를 통째로 구한다는 것은 암시장에서 상당한 액수의 돈을 주고 사는 길 밖에 없었습니다.

자기도 못 구하는 양다리를 어디서 통째로 구했냐는 스텔라 어머니의 질문에 럭키스트라이크 몇 갑과 미국인의 창의성을 발휘했다고 답하지만 당시 비행기까지 만들던 호주가 무슨 원주민 동네도 아니고..

 

그럼 당시 렉키 일병이 가지고 있던 돈은 얼마였고, 지금 우리나라로 치면 얼마쯤 될까요?

 

로버트 렉키의 원작에 보면 렉키가 진주만 기습 직후 해병대에 입대했을 당시 해병대 이병의 월급이 21달러, 일병은 26달러라고 나옵니다.

그러나 1942년 7월 1일에 미군의 월급이 대폭 인상되면서 이병은 50달러, 일병은 52.5달러가 됩니다.

게다가 해외파병시에는 20% 의 가산금이 나왔으니 과달카날에서 렉키 일병의 월급은 63달러가 됩니다.

과달카날에서는 월급이 필요가 없었으니 호주에 도착한 뒤 6개월치 월급을 한꺼번에 호주 파운드화로 받았다고 나옵니다.

따라서, 멜버른의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때 렉키 일병의 호주머니에는 378달러에 해당하는 호주 파운드화가 들어 있었을 겁니다.

 

그러면, 당시 378달러면 호주에서는 어느 정도의 돈이었을까요?

당시 호주 사람(=스텔라나 그 어머니)이 378달러를 보고 느끼는 감정은 지금 우리나라로 치면 어느 정도의 돈일까요?

 

1942년의 미국 1인당 GDP 는 1201 달러입니다.

따라서 378달러는 미국 1인당 GDP 의 약 31% 가량 됩니다.

제2차 대전 당시 영국에 파견된 미군병사들의 월급은 같은 계급의 영국병사의 6배였다고 합니다.

저는 편의상 호주와 영국 사람의 경제력이 비슷하다고 보고(1950년의 1인당 GDP 가 비슷하더군요..1942년의 영국이나 호주 GDP 는 찾지 못함..) 병사들의 월급 차이가 6배니까 일반 국민이 느끼는 경제력 차이도 6배라고

 

"제 마음대로!!!"

 

추정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당시 378달러는 호주 1인당 GDP 의 186% 쯤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로 치면?

2016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 는 27,539달러더군요.

환율을 1,090 원으로 놓고 계산해보면 3000만원이 조금 넘습니다.

3000 만원의 186% 면 5580 만원이 되는군요.

당시 렉키 일병이 22살이니까 22살짜리 해병대원이 5600 만원 가까운 현금을 들고 있었으면 돈이 적은 편은 아니었군요.

월급도 900만원이 넘고..

 

제가 계산 과정에서 영국(=호주)의 1인당 GDP 를 비교하지 않고 병사들의 월급 차이를 계산의 근거로 사용한 이유는 그것이 당시 호주 사람의 느낌을 더 가깝게 반영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간접적으로 계산해 본 바에 의하면 1942년 영국의 1인당 GDP 는 약 970 달러로 미국의 1,201달러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기록이나 증언에 나타나는 미군과 영국 및 호주 현지 주민들과의 경제력 격차는 미국민들과 영국 및 호주국민들의 실제로 사용가능한 가처분 소득이 큰 차이가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퍼시픽의 또다른 원작인 유진 슬레지의 책에 보면 유진은 월급을 60달러 받았다고 나옵니다.

유진은 렉키보다 1년 이상 늦게 해병대에 들어갔으니 처음부터 인상된 월급을 받은 것이지요.

Posted by 대사(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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