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테나루 전투

 (실제로 전투가 벌어진 곳은 일루 강 하구지만, 당시 미해병대의 지도에는 일루 강 동쪽에 있는 테나루 강이라고 잘못 기입되어 있어서, 테나루 전투라는 잘못된 이름이 붙었습니다. 퍼시픽에서는 그냥 Alligator Creek 이라고 나오지요.)

 

퍼시픽 제1편의 마지막을 장식한 전투이자, 과달카날에서 미국과 일본의 지상군이 정면으로 격돌한 최초의 주요 전투입니다.

 

과달카날을 관장하던 일본제17군 사령관 햐쿠다케 중장은 애초 과달카날에 상륙한 미해병대 병력을 약 2,000 명 정도로 낮게 추산하여 제7사단 제28연대 약 2,000 명의 일본군을 상륙시켜 미해병대를 섬멸하고, 비행장을 되찾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과달카날에 상륙한 미해병대는 2,000 명이 아니라 10,900 명이었고, 인접한 툴라기 섬에는 따로 6,075 명이 더 있었습니다.  

 

제28연대는 주둔지인 괌에서 트럭까지는 수송선 2척을 타고 왔으나, 트럭 섬에서 과달카날까지는 속력이 빠른 구축함을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사용가능한 구축함의 숫자가 모자랐으므로, 우선 제28연대 제2대대를 주축으로 한 916명을 제28연대장 이치기 기요노 대좌 지휘 하에 선발대로 보내고, 4일 후에 나머지 병력을 다시 수송하기로 했습니다.

 

1942년 8월 18일 밤에 일본구축함 6척(하마카제, 가게로, 하기가제, 다니가제,우라가제, 아라시)에 분승한 이치기 지대는 헨더슨 비행장 동쪽 35km 지점에 있는 타이부 해안에 무사히 상륙했습니다.

병력 1인당 총알 150발과 7일 분의 식량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지원화력은 70mm 보병포 3문과 소형 박격포인 척탄통 및 경기관총이 전부였습니다. 

화염방사기도 보유하고 있었으나, 실제 전투에서는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극에서는 마치 일본구축함들이 해병대가 뻔히 보는 가운데 과달카날 앞바다를 통과하는 것처럼 나오지만 사실은 야간에 통과했습니다.

미해병대는 야간에 해상에서 들리는 구축함 엔진 소리와 해안에 밀려오는 파도를 보고 일본함대가 지나간다는 걸 짐작했을 따름이지요.

병력을 내려놓고 돌아가던 구축함 중 일부는 해병대의 교두보에 함포 사격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제1편에서 대낮에 당당하게 해병대의 눈 앞을 통과하는 일본구축함들. 하지만, 사실은 야간에 통과했습니다.)

 

이치기 기요노 대좌는 과달카날에 상륙하자 후속부대를 기다리는 대신 자신이 이끄는 916명만으로 미해병대를 공격하여 비행장을 탈취하기로 하고 서쪽으로 진격합니다.

한편 미해병대는 정찰대를 내보내어 이치기 지대의 접근을 확인하고, 일루 강 서안에 강력한 방어선을 편성합니다.

당시 일루 강 서안을 방어하던 미해병대는 제1연대였는데 제2대대가 일본군의 주공의 정면인 일루강 하구를 담당하고, 제1대대가 상류를 담당하다가 전투의 막바지 단계에 일본군 배후로 진출합니다.

주인공 렉키 이병은 제2대대의 화기중대인 H 중대 소속이라 일루 강 서안에서 일본군의 주력을 분쇄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일루 강은 수량이 적어서 바다로 합류하는 부근에서 자주 흐름이 끊깁니다.

일루 강이 바다로 들어가는 곳에는 강의 흐름과 직각 방향으로 모래사장이 있는데 일루 강의 수량이 풍부하면 모래사장을 넘어 바다로 들어가고, 수량이 모자라면 바다로 들어가지 못하고, 마치 더러운 연못처럼 물이 고이면서 모래사장이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테나루 강 전투 당시에도 일루 강 하구의 모래사장은 그대로 드러난 상태였습니다.

 

1943년 8월 21일 새벽에 일루 강에 도달한 이치기 지대는 오전 3시 10분부터 보병포 2문과 척탄통, 경기관총의 엄호 하에 일루 강 하구의 모래사장을 건너 제2대대의 방어선에 공격을 실시합니다.

그러나 일본군은 미해병대의 강력한 방어선 전면에 헛된 돌격을 거듭하다가 치열한 기관총과 박격포, 37mm 대전차포, 그리고 야포 사격을 받아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공격에 실패합니다.

일단 일본군의 예봉을 꺾은 해병대는 오전 7시에 제1연대 제1대대가 일루 강 상류에서 강을 건너 일본군의 배후로 진출하여 퇴로를 차단하고 포위 섬멸합니다.

오후 3시에는 M3 스튜어트 경전차 3대까지 소탕전에 참가해서 오후 7시에 소탕전이 끝납니다. 

 

이 테나루 강 전투에서 이치기 지대는 거의 전멸에 가까운 혹독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916명 중 871명이 전사했고, 15명이 포로가 되어서 97% 가까운 병력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제28연대장 이치기 기요노 대좌는 21일 오후에 연대기를 불사르고, 권총자살합니다.

미해병대에서는 34명이 전사하고, 75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전투가 끝난 후에 미해병대가 노획한 무기는 70mm 보병포 3문, 척탄통 20문, 화염방사기 12개, 중기관총 10정, 경기관총 20정, 소총 700정, 권총 20정, 다량의 폭약과 다수의 대검 및 수류탄 등이었습니다.

 

 

(제1편에서 테나루 강 전투가 끝난 후 모래사장에 파묻힌 수많은 일본군 시체들) 

 

그리고, 전투가 끝나고 일본군 부상병이 미군과 함께 수류탄으로 자폭하는 장면은 픽션입니다.

실제로 태평양 전쟁에서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했지만, 적어도 테나루 강 전투에서는 그런 기록은 전혀 없고, 로버트 렉키의 원작에도 그런 이야기는 없습니다.

 

 

(제1편에서 충격적인 일본군의 동반자살 장면. 그러나, 픽션입니다.) 

Posted by 대사(P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