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비행장 점령
일본기들은 과달카날 상륙 다음날인 8월 8일에도 공습을 가해왔다.
이번에도 부갠빌 섬의 해안감시대원인 호주군 잭 리드 중위로부터 80분 전에 미리 경보를 받은 터너 제독은 다시 양륙작업을 중단하고 공습에 대비했다.
터너 제독은 전날과 달리 수송함들을 가운데 두고 외곽에 구축함들과 순양함들을 배치하는 원형진을 형성하고 자신의 지시에 따라 대공포화를 집중시키면서 일사불란하게 기동하도록 명령했다.
제62임무부대는 과달카날을 향해 오는 도중에 이러한 기동훈련을 강도높게 실시했었다.
(과달카날 상륙부대에 대한 일본기의 뇌격상황도. 1942년 8월 8일)
전날과 달리 대함공격에 효과적인 어뢰를 장비한 27대의 1식 육상공격기는 제로기 17대의 호위를 받으면서 플로리다 섬 북쪽을 돌아서 남하했다.
제61기동부대에서 출격한 와일드캣들이 제로기들과 치열한 공중전을 벌이면서 요격했다.
와일드캣에 의하여 4대의 1식육상공격기가 격추되었고 살아남은 23대는 플로리다 섬 동쪽을 돌아서 남하했다.
이들 중 폭탄을 장비한 2대의 1식육상공격기는 과달카날 섬의 상륙해안을 폭격하고 기총소사를 가했으나 큰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다.
나머지 21대는 미군 함대를 노리고 해면 약 6m 까지 내려오는 초저공 비행으로 제62임무부대에 접근했다.
(해면에 닿을듯한 저공으로 비행하며 뇌격을 시도하고 있는 1식육상공격기. 1942년 8월 8일에 과달카날 앞바다에서 찍은 사진이다.)
제62임무부대의 함정들은 접근하는 일본기들에게 대공포화를 집중시키면서 터너 제독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변침을 실시했다.
그리하여 뱃머리를 일본기의 진행방향으로 계속 유지함으로써 어뢰에 취약한 선체 측면의 노출을 최소화했다.
미함대의 대공포화는 상당히 치열하고 정확하여 절반이 넘는 11대의 1식 육상공격기가 어뢰를 발사하기도 전에 격추되었다.
8월 8일 오전 11시 58분에 살아남은 10대의 1식육상공격기가 차례차례 어뢰를 발사하기 시작했는데 이들 중 1발이 구축함 자비스에 맞았다.
어뢰를 투하하고 이탈하는 과정에서 2대의 1식육상공격기가 추가로 격추되었다.
피탄된 1식육상공격기 중 1대가 불타는 기체를 이끌고 병력수송함 조지 엘리엇의 갑판에 충돌하여 화재를 일으켰고 조지 엘리엇은 결국 침몰했다.
정오를 막 넘긴 12시 6분에 1식육상공격기를 뒤따라 온 8대의 99식급강하폭격기가 제62임무부대를 노리고 폭탄을 투하했으나 모두 빗나갔다.
어뢰에 맞은 자비스는 중파되면서 통신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터너 제독은 공습이 끝난 후 해상에서 열심히 수리 중이던 자비스에게 광학신호를 보내어 항해가 가능해지면 별도의 출발명령을 기다리지 말고 바로 구축모함 도빈이 있는 시드니 항으로 출발하라고 명령했다.
8일 저녁에 터너 제독은 마음이 바뀌어 자비스에게 9일 날이 밝으면 호위를 받아 시드니로 출발하라고 광학신호를 보냈으나 자비스로부터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마도 자비스의 함장 윌리엄 그레이엄 소령은 터너 제독의 두번째 명령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자비스는 결국 9일 새벽에 사보 섬 해전이 막 시작되려는 순간에 과달카날 앞바다를 떠나서 시드니로 향하다가 9일 오후 1시경에 일본기의 공습을 받고 침몰했다.
승무원 247명 중 생존자는 없었다.
일본군은 이날 공습에서 27대의 1식육상공격기 중 와일드캣에게 4대, 대공포화에 13대를 잃어서 모두 17대를 상실했다.
호위를 맡았던 제로기는 17대중에 2대가 격추되었고, 99식 급강하폭격기는 모두 무사히 살아 돌아갔다.
미군은 11대의 와일드캣을 상실했고 구축함 1척과 병력수송함 1척을 상실했다.
그러나 제25항공전대장 야마다 사다요시 소장은 중순양함 2척, 구축함 2척, 그리고 수송선 10척을 격침했다고 보고했다.
사실 조지 엘리엇의 화재는 제대로만 대처했으면 충분히 진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조지 엘리엇의 수병들이 초동 진화에 실패했고 격실마저 밀폐하지 않아 화재가 빨리 퍼져나갔으며 조지 엘리엇을 도우러 접근했던 구축함도 너무 소극적으로 행동했다.
게다가 조지 엘리엇의 함장 왓슨 베일리 대령은 당황한 나머지 너무 일찍 퇴함명령을 내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지 엘리엇의 승무원들이 모두 퇴함하자 터너 제독은 구축함에게 4발의 어뢰를 발사하여 조지 엘리엇을 처분하라고 명령했으나 이마저도 실패했다.
결국 조지 엘리엇은 해상을 떠돌다가 좌초하여 밤새 불타면서 그날 밤에 접근해 온 미카와 제독의 일본제8함대에게 등대 노릇을 했다.
(과달카날 상륙 및 비행장 점령 상황도. 1942년 8월 7일 -8일. 원본은 여기로)
한편 과달카날 섬에서는 해병제1사단이 순조롭게 진격하고 있었다.
남쪽으로 진격했던 레너드 크리스웰 중령의 제1/1대대는 날이 밝자 비행장 방면으로 진격하여 그날 해가 지기 전에 비행장을 완전히 점령하고 룽가 강의 동안에 연하여 방어선을 편성했다.
해병대는 탈취한 일본군의 비행장에 2달 전 미드웨이 해전에서 전사한 해병항공부대의 지휘관인 로프톤 헨더슨 소령의 이름을 따서 헨더슨 비행장이라고 명명했다.
제2/1대대와 제3/1대대는 활주로에서 남쪽으로 4.5km 떨어진 지점에 방어선을 편성했다.
(헨더슨 비행장의 초기 모습. 해병대가 탈취한 직후에 찍은 사진이다.)
북쪽의 해안선 쪽에서는 제5연대가 전진했다.
8월 8일 오전 9시 30분에 제1/5대대는 제1전차대대 A 중대 소속의 경전차들과 함께 일루 강을 건너서 해안선을 따라 서진하기 시작했다.
일본군 주둔지에 접근함에 따라서 일본군들이 산발적으로 소총 사격을 가해왔다.
경전차들이 앞서나가면서 일본군의 저항을 분쇄했고 제1/5대대는 몇명의 포로를 잡았다.
포로심문 결과 과달카날 섬의 일본군이 약하다는 걸 알게된 제1/5대대는 진격속도를 높여서 오후 2시 30분에는 목표지점인 룽가 강에 도달했고 일본군이 비행장 북쪽에 만들어 둔 다리를 건너 진격을 계속하여 오후 3시에는 룽가곶 부근의 일본군 기지를 점령했다.
무장병력이 280명 수준이던 일본군은 저항을 포기하고 남쪽으로 달아났다.
제1/5대대는 일본군 주둔지에서 일본군이 남기고 간 많은 물자를 노획했다.
일본군은 해병제1사단 전체가 약 10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쌀과 건빵 및 국수를 비롯하여 각종 차, 말린 김, 생선 통조림과 대량의 맥주 및 정종들을 남겨 놓았고 품질이 좋은 외과수술기구들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군의관들을 기쁘게 만들었다.
제1/5대대는 소총과 기관총에 더하여 70mm 야포 2문과 75mm 야포 2문도 탄약과 함께 노획했다.
(노획한 일본군의 70mm 야포를 살펴보고 있는 해병대원)
해병대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일본군이 남기고 간 건설장비들이었다.
제1/5대대가 노획한 일본군의 건설장비는 도로건설용 롤러 9대(6대 사용가능), 협궤철도와 가솔린 엔진으로 구동되는 소형 기관차 2량, 가솔린 발전기 6대(4대 사용가능), 권양기 1개, 운반용 손수레 50개, 삽 75자루였으며, 건설용 폭약도 280개가 있었다.
(일본군이 남겨놓고 간 도로건설용 롤러)
제1/5대대는 차량용 연료 57만리터와 항공유 19만리터도 찾아내었다.
그러나 옥탄가 90짜리인 일본군 항공유는 미군 항공기에 쓰기에는 저품질이었고 미군 트럭이나 상륙주정에 쓰기에는 옥탄가가 너무 높았으며 매연이 많이 생겼다.
따라서 미군은 자신들의 옥탄가 72 짜리 휘발유에 적당량을 섞어서 사용했다.
옥탄가 60에서 65짜리 차량용 연료도 미군 트럭에 쓰기에는 저품질이었으나 연료가 부족했던 해병대는 자신들의 옥탄가 72짜리 휘발유와 적당히 혼합하여 비전투 차량에 사용했다.
일본군의 차량용 연료는 또한 노획한 일본제 트럭 35대의 연료로 사용되었다.
(해병대가 노획한 일본군 트럭)
일본군이 남기고 간 물품 가운데서 가장 큰 인기를 끈 것은 제빙기계였다.
해병대는 제빙기계가 설치되어 있던 오두막에
'도조 제빙 회사, 새 경영진에 의함'
이라는 익살스러운 간판을 붙여 놓고 즐거워했다.
이렇듯 과달카날에 상륙한 제1해병연대와 제5해병연대는 큰 어려움없이 일본군의 비행장을 탈취하여 작전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툴라기 섬과 가부투-타남보고 섬에 상륙한 해병대원들은 그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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