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후기

 

리펄스의 함장 윌리엄 테넌트 대령은 말레이 해전 며칠 후에 영국으로 가서 참패에 대해 보고했는데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실제로 테넌트 대령은 2달 후에 소장으로 승진했으며 최종적으로 대장까지 승진하여 노르망디 상륙작전에도 참가했다.

테넌트 대장은 1949년에 퇴역했으며 1963년에 사망했다. 

 

(윌리엄 테넌트 제독. https://en.wikipedia.org/wiki/William_Tennant_(Royal_Navy_officer)

 

프린스오브웨일스와 리펄스의 생존자들은 대부분 영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전사한 필립스 제독을 이어 동양함대 총사령관이 된 제프리 레이턴 해군중장은 해군성의 허락을 얻어 생존자들을 동양함대에 편입시켰다.

치욕적인 패배를 겪은 후 다시 한 번 싸울 기회를 가지게 된 생존자들은 대부분 환영했다.

 

생존자 재배치에서 가장 높은 우선순위는 네덜란드 해군을 지원하는 일이었다.

레이튼 중장은 생존자 중 선임장교인 덴디 중령을 자바에 파견하여 네덜란드 해군사령관 헬프리히 중장과 교섭을 가졌다.

영국 측은 순양함 수마트라, 잠수함 2척, 그리고 어뢰정 수척의 승조원을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헬프리히 중장은 영국승조원이 네덜란드 깃발을 달고 네덜란드 함장의 지휘를 받는데 동의해야만 받아들이겠다고 주장하여 교섭이 결렬되었다.

 

2,081명의 생존자 중 나이가 어린 소년수병, 장교후보생, 그리고 동양함대에 적당한 보직이 없는 특과 장교, 부사관 및 수병 약 900명은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1941년 12월 21일에 낡은 기선 에린스푸라를 타고 콜롬보를 경유하여 영국으로 떠났다.

 

남은 수병들은 동양함대의 함정에 배치되었는데 가장 많이 배치된 것은 순양함 모리셔스와 엑시터였다.

순양함 모리셔스에 배치된 인원들은 운이 좋았다.

얼마 후 모리셔스는 오버홀을 위하여 영국으로 떠났다.

 

순양함 엑시터에 배치된 인원들은 운이 나빴다.

엑시터는 네덜란드 함정들과 함께 네덜란드령 동인도제도를 공격하는 일본군을 저지하다가 1942년 3월 1일에 격침되었다.

나머지 수병들은 구축함과 소형 함정들에 나뉘어 배치되었다.

 

(영국 중순양함 엑시터.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https://en.wikipedia.org/wiki/HMS_Exeter_(68)

 

함에 승함했던 해병대는 싱가포르 방어군에 배치되었다.

약 200명의 해병대원이 제2 아길 서덜랜드 하이랜더대대의 2개 중대를 구성했으며 일부 해병대원은 장갑차소대와 기관총분대 및 통신분대에 배치되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 해전 10주 후에 함락되었는데 해군성은 함락 전에 동양함대를 실론 섬으로 철수시켰다.

따라서 함락 당시 양함의 생존자들 중 싱가포르에 남아있던 사람은 해병대와 부상자들 뿐이었다.

함락 당시 생존자 중 68명이 전사했는데 대부분 해병대였다.

나머지는 일본군의 포로가 되어 악명높은 태국-버마 철도 건설에 동원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최소한 해병 12명이 사망했다.

싱가포르에서 철수하는데 성공한 생존자들은 대부분 영국해군의 다른 함정이나 지상기지에 배치되어 싸움을 계속했다.

 

Z 부대의 구축함 4척(엘렉트라, 테네도스, 뱀파이어, 익스프레스)과 영국에서 싱가포르까지 Z 부대를 호위했던 구축함 2척(주피터, 인카운터) 중 익스프레스 1척 만이 전쟁에서 살아남았다.

엘렉트라와 주피터는 1942년 2월 27일의 자바해 해전에서 격침되었다.

인카운터는 이틀 후에 벌어진 제2차 자바해 해전에서 엑시터와 같이 침몰했다.

테네도스는 1942년 4월 5일에 실론 근해에서 일본함재기의 공습을 받고 격침되었다.

이틀 후인 4월 7일에는 호주구축함 뱀파이어가 역시 일본함재기의 공습을 받아 항공모함 헤르메스와 함께 격침되었다.

익스프레스는 1942년 내내 동양함대 소속으로 지내다가 영국으로 가서 오버홀을 받았다.

오버홀을 마친 익스프레스는 1943년 6월에 개티노로 함명을 바꾼 후 캐나다 해군에 공여되었다.

개티노는 대서양 선단호송 임무에 종사하다가 종전을 맞았다.

 

호주제453전투비행대대의 조종사들은 싱가포르 함락 직전 순양함 다나에를 타고 호주로 탈출했다.

제453전투비행대대는 1942년 3월에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해체되었으나 3개월 후에 역시 호주 조종사를 중심으로 스코틀랜드에서 재창설되었다.

재창설된 제453전투비행대대는 스핏파이어를 장비하고 유럽에서 운용되다가 독일이 항복한 1945년 5월에 해체되었다.

말레이 해전 당시 제453전투비행대대장이었던 톰 비거스 대위는 전쟁에서 살아남았으며 전후에 경주마 거래 사업을 하여 크게 성공했다.

 

말레이 해전에서 승리한 일본군 조종사들 중 소수만이 종전까지 살아남았다.

조종사들은 대부분 1942년 8월 초에 미군의 과달카날 상륙으로 촉발된 무자비한 남태평양의 소모전에 휘말려 전사했다.

 

말레이 해전을 기점으로 해전의 양상이 변하여 항공모함이 해전의 주역이 되었다.

이제 미해군의 항공모함 기동부대에서 전함의 역할은 주간에는 대공포를 사용하여 적의 항공기로부터 항공모함을 지키고 항공기의 활동이 제한되는 야간에는 적의 수상함으로부터 항공모함을 지키는 보디가드로서의 임무에 국한되었다.

미해군의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함재기들은 일본해군의 전함 6척과 항공모함 17척, 그리고 수많은 순양함과 구축함들을 격침하면서 일본 해군을 박살내었다.

 

프린스오브웨일스는 연합군이 잃은 마지막 전함이었다.

이후로도 연합군의 많은 전함들이 공격을 받아 피해를 입었으나 완전히 상실한 전함은 없었다.

 

싱가포르를 함락한 1942년 초에 일본해군은 프린스오브웨일스와 리펄스의 잔해를 찾아 그 위치를 부이로 표시했다.

일본해군은 구난함 세이슈를 투입하여 양함에 장착된 영국제 레이더를 인양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1943년 6월에 도쿄 라디오방송은 일본 기술자들이 리펄스를 인양하려 한다고 보도했으나 당연히 실패했다.

 

전쟁이 끝난 후인 1954년에 영국구축함 디펜더가 침몰 해역을 찾아 양함을 조사했으며 1959년에 영국구축함 댐피어는 양함 잔해의 위치를 확정했다.

리펄스 잔해의 위치는 북위 3도 37분 18초, 동경 104도 20분 36초이며 좌현을 아래로 하여 누워있는 상태다. 

 

(리펄스 잔해의 상태. http://www.gs-diving.com/dive-info/lust-for-rust/hms-repulse/)

 

프린스오브웨일스 잔해의 위치는 북위 3도 34분 12초, 동경104도 27분 48초이며 거의 완전히 뒤집힌 상태다.

 

(프린스오브웨일스잔해의 상태. http://www.pacificwrecks.com/ships/hms/prince_of_wales/pow-stern-damage.pdf)

 

1966년에 영국해군이 잠수부를 투입하여 양 함의 잔해를 조사했다.

당시 잠수팀의 장비로는 48m 정도가 잠수한계였는데 양함이 가라앉은 해역의 깊이는 약 70m 정도이고 가장 높이 올라있는 부분이 리펄스는 해면으로부터 32m, 프린스오브웨일스는 47m정도이므로 제대로 된 조사가 불가능했다.

 

2007년부터 2009년에 걸쳐 영국 잠수팀이 자세한 잠수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프린스오브웨일스에 명중한 어뢰가 기존의 주장과 달리 4발이라는 것을 확인했으며 프린스오브웨일스의 좌현 바깥 추진축이 단순히 휜 것이 아니라 다섯 조각으로 부러졌다는 사실도 밝혀내었다.

탐사 결과는  http://www.pacificwrecks.com/ships/hms/prince_of_wales/death-of-a-battleship-2012-update.pdf 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참고 문헌 및 웹사이트

 

<The Sinking Of The Prince Of Wales & Repulse : The End Of The Battleship Era> Martin Middlebrook, Patrick Mahoney, Pen & Sword Books Ltd., 2004

<History Of The Second World War, The War At Sea> Captain S.W.Roskill, RN, H.M. Stationery Office, 1954

<The Rise And Fall Of The Japanese Imperial Naval Air Service> Peter J. Edwards, Pen & Sword Books, 2010

<The Organization and Order of Battle of Militaries in World War 2, Vol.4 - Japan> Charles D. Pettibone, Trafford publishing, 2007

<Rising Sun, Falling Skies> Jeffrey Cox, Osprey, 2014

<History of U.S. Naval Operations in World War II, Vol. III: The Rising Sun in the Pacific, 1931--April 1942> Samuel Eliot Morison, 1953

<The Imperial Japanese Navy(1941-1945)> Paul S. Dull, Naval Ianstitute Press, 1978

 <History of The second World War, The War Against Japan, Vol.1 The Loss of Singapore> Major-General Woodburn Hirby, Naval & Military Press, 1968
 
<타임라이프북스 - 회오리치는 일장기> 한국일보-타임라이프사, 1981년

<제2차세계대전해전사> 이정수. 남영문화사, 1981년

<연합함대 그 출범에서 침몰까지> 박재석, 남창훈 지음, 가람기획, 2005년

<대동아전쟁비사-제1권 태평양편> 한국출판사, 1971년

<대동아전사-제6권 태평양전쟁> 오바다 마츠시로 지음, 유준수 옮김, 한양문화사, 1974년

<실록대하소설 태평양전쟁 1 - 진주만 기습과 미드웨이 해전> 이호원 지음, 한림출판사, 1975년

 

http://www.wikipedia.org/

http://blog.naver.com/mirejet (도위창님 블로그)

http://www.pacificwrecks.com/ships/hms/prince_of_wales/death-of-a-battleship-2012-updat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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