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5시45분, 비행가능한 4대의 와일드캣이 전투공중초계 임무를 위하여 날아올랐다.
이들은 일본기가 접근할 가능성이 높은 남쪽으로 150km 정도까지 수색하고, 7시 30분에 착륙했다.
이후 와일드캣들은 지속적으로 전투공중초계 임무를 실시했다.

오전에 E 대공포대의 대원 한 사람이 남쪽 멀리에서 한대의 일본기가 웨이크 섬에 접근했다가 다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고, 폭격을 위한 사진촬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데브루 소령에게 보고했다.

오전 11시 45분, 물탱크 위에 설치된 감시초소에 배치된 해병대원이 쌍안경으로 4,000m 고도로 접근하는 일본폭격기들을 발견했다.
그는 즉각 J-line 을 통하여 일본기의 내습을 알리고, 소총을 3발 쏘아서 전화가 통하지 않는 섬 내의 모든 지점에 공습경보를 내렸다.

즉시 전투공중초계 중이던 와일드캣에게 요격명령이 떨어졌다.
해병대의 통신기는 1차 공습 때 부서져버려서 해병대는 해군항공대의 통신기를 빌려서 사용했다.
현장에 급히 달려온 와일드캣들은 웨이크 섬 남방 5km 지점에서 일본폭격기들에게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시속 300km 의 속력으로 북상하던 27대의 일본기들은 조밀한 V-대형을 유지하면서 20mm 기관포와 7.7mm 기관총으로 위협적인 방어탄막을 형성하여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다.
와일드캣 2대가 빗발치는 방어탄막을 뚫고 들어가 1대의 폭격기를 격추시켰으나, 곧 웨이크 섬의 대공포화가 주변에서 터지기 시작했으므로 더 이상의 추격을 포기했다.

웨이크 섬의 대공포대는 일본기들이 4km 전방까지 다가오자 포격을 개시했다.
곧이어 일본군의 폭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활주로와 비행기지를 주로 노렸던 어제와 달리 이번의 폭격은 피칵 포인트에 있던 E 포대를 직접 겨냥하여 대공포에 피해를 주고, 바로 옆에 있던 A 포대(5인치 해안포)의 거리측정기를 날려 버렸다.

이어서 폭격은 캠프2로 옮겨갔다.
민간인 병원이 직격탄을 맞아 화염에 휩싸였고, 민간인 숙소와 해군항공대 막사, 자동차 수리소와 대장간, 기계공작소 등이 파괴되었다.
2명의 외과의사가 환자들을 대피시키고, 사용가능한 의약품, 의료소모품, 의료장비나 기구들을 찾아서 꺼내오는 동안에 병원은 홀랑 다 타버렸다.
필 섬의 해군항공대 기지도 폭격을 받아서 항공관제시설, 격납고와 해군통신시설의 대부분을 보유한 통신소 등이 파괴되었다.
해병대원 4명과 민간인 55명이 사망했다.
웨이크 섬의 대공포는 반격을 가하여 1대를 격추하고, 12대에 피해를 입혔다.

일본기가 오전에 사진촬영을 했고, 이후 들이닥친 폭격기들이 E 대공포대를 직접 겨냥하여 폭격했다는 사실에 불안을 느낀 데브루 소령은 피칵 포인트에 있던 E 포대를 500m 정도 북동쪽으로 옮기도록 했다.
민간인 트럭과 100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해병대원들은 대공포, 모래주머니, 사격통제장치, 포탄 등을 새로운 장소로 옮겨서 다시 땅을 파고, 대공포를 설치하고, 모래주머니를 쌓았다.
새벽 5시까지 E 포대는 이전을 마쳤다.
원래 E 포대가 있던 자리에는 가짜 포대를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병원이 불타버렸기 때문에 커닝엄 중령의 명령에 의하여 강화 콘크리트로 건설된 탄약고 4개를 비워서 병원으로 쓰도록 했다.
벙커들은 폭이 8-16m, 높이 4.5m쯤 되었으며, 바닥에는 21개의 침대를 배치하고, 천정에는 전등을 달아서 휘발유로 작동하는 발전기로 불을 밝히도록 했다.
나란히 자리잡은 이런 벙커 2개를 비워서 하나는 병실로 쓰고, 하나는 수술실로 사용했다.
이런 의료시설을 섬 남쪽과 북쪽에 각각 하나씩 만들었으며, 남쪽 시설은 해병대용으로 해군군의관 칸 대위가 관장하고, 북쪽 시설은 해군항공대 및 민간인용으로 섕크 박사가 맡았다.
의약품 및 의료소모품 등도 양쪽 의료기관에 균등하게 보관하여 한곳이 파괴되더라도 의료지원 체계가 완전히 붕괴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배려했다.
이날 양쪽 의료시설에서는 밤새도록 수술이 진행되었다.  

다음날인 10일 아침, 윌크스 섬의 방어책임자였던 Wesley McC. Platt 대위는 해병대원 2명과 자원봉사자 1명을 비어있던 F 대공포대에 배치했다.
F 대공포대에는 방향지시기나 고도측정기 등이 없었으므로 대공사격은 포기하고 적의 상륙에 대비하여 해안선 방어에 전념하도록 했다.

오전 10시 45분, 26대의 일본군 폭격기들이 다시 공격해왔다.
일본기들은 이번에는 동쪽에서 접근했는데 전투공중초계 중이던 와일드캣들이 요격에 나서서 Elrod 대위가 1대의 폭격기를 격추했고, 바톤을 이어받은 지상의 3인치 대공포가 1대의 폭격기를 추가로 격추했다.
일본기 한 편대가 어제까지 E 포대가 있던 장소에 대신 설치한 가짜 포대를 집중적으로 폭격하여, 폭탄 한발을 정통으로 명중시킴으로써 E 포대를 옮기기로 한 데브루 소령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해 주었다.
다른 편대는 필 섬에 있는 대공포대인 D 포대를 폭격하였으나, 지근탄으로 포대의 가솔린 발전기 하나를 파괴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윌크스 섬을 폭격한 일본기들은 큰 피해를 입혔다.
윌크스 섬의 북쪽 해안선 중간에 쌓여있던 125톤의 건설용 다이너마이트에 일본군의 폭탄이 명중했다.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서 부근의 관목지대가 통째로 날아갔고, 포대들 주변에 쌓아두었던 5인치와 76.2mm 탄약들이 폭풍에 휘말려 모두 바다로 날아가 버렸다.
L 해안포대의 사격통제장치는 2번포의 망원경을 제외하고는 모두 바다로 날아가버리거나 망가져 버렸으며, F 대공포대는 폭풍 때문에 모래주머니와 위장막이 몽땅 날아가 버렸다.
포대원들은 대공포들을 좀 더 남쪽 해안선 쪽으로 옮겨서 다시 배치했다.
150cm 짜리 서치라이트 2개 중 하나도 망가졌다.
다만 이런 엄청난 폭발에도 불구하고 3차 공습의 사망자는 기적적으로 해병대원 1명으로 그쳤다.

일본기들이 물러가자 해병대원들은 다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피해를 복구하고,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Posted by 대사(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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