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펠렐리우 섬의 식수 부족 현상

 

펠렐리우 섬에는 지표수가 거의 없으므로 병사들이 먹을 물은 모두 수송선단에 싣고 가야 합니다.

보급으로 이겼다는 소리를 들을만큼 보급에 신경을 썼던 미군인지라 펠렐리우 상륙작전에서도 보급계획을 빈틈없이 세웠고 거기에는 식수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펠렐리우 상륙작전을 위하여 미군은 1인당 하루에 2 갤런(약 7.6L)을 5일간 보급할 수 있는 양의 식수를 싣고 갔으며 5일 이후에는 공병부대가 해안에 증류시설을 세워서 식수를 보급할 계획이었습니다.

상륙부대는 5갤런(약 19L)짜리 깡통에 든 식수를 가지고 상륙했고 후속하는 식수는 55갤런(약 208L)짜리 드럼통으로 보급했습니다.

 

(5갤런짜리 깡통)

 

(55갤런짜리 드럼통입니다. 옛날에는 도로무깡 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렇게 빈틈없는 보급계획을 세웠지만 상륙부대는 첫 3일간 극심한 식수 부족현상을 겪었고 실제로 많은 병사들이 열사병으로 쓰러졌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몇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상륙장갑차의 손실입니다.

공식적으로 펠렐류 상륙 첫날 상실한 상륙장갑차의 숫자는 26대지만, 손상을 입거나 고장을 일으켜 일시적으로 사용불능상태에 빠진 상륙장갑차가 60대를 넘었습니다.

총 248대의 상륙장갑차중 수송능력이 제한적인 공격상륙장갑차(LVTA) 를 제외하고 200 대의 상륙장갑차 중 30% 가량이 사용불능상태였던 셈입니다.

게다가 상륙 직후부터 전투가 치열하여 상륙부대의 탄약 소모량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식수를 수송할 수 있었던 상륙장갑차들이 탄약 수송에 돌려졌습니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타라와 전투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상륙하자마자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서 탄약 수송만 해도 허덕거릴 지경인데 상륙장갑차는 다 부서지고..

전투기간이 짧은 대신 치열한 전투가 76시간 내내 이어졌던 타라와에서도 많은 병사가 식수 부족으로 인한 열사병으로 쓰러졌습니다.

 

이러한 식수 부족 현상은 특히 제5연대가 가장 심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보급품을 실은 상륙주정들을 통제하는 Beach Party 의 지휘관이 일찍 전사해 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상륙작전에서 물자의 하역에 관계되는 조직은 Beach Party 와 Shore Party 가 있는데 Beach Party 는 수송함에 실린 화물을 해안까지 운반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면 그 보급품을 해안에서 Shore Party 가 양륙하여 필요한 곳에 쌓아두거나 전선으로 보내주지요.

따라서 Beach Party 는 대부분 해군으로 이루어져 있고 해군 장교가 지휘관이며 Shore Party 는 지상군(해병대나 육군)으로 이루어져 있고 지휘관도 지상군 장교입니다.

 

제5연대의 보급을 담당했던 Beach Party 의 지휘관은 상륙 작전 초기에 전사했고 뒤이은 후임자도 곧 일본군의 저격으로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Shore Party 의 지휘관인 제5연대의 보급참모가 상륙 당일 오후 늦게까지 Beach Party 를 같이 지휘해야 했기 때문에 작업의 효율이 떨어졌습니다.

 

일본군의 전술도 한몫했습니다.

해병대의 보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숙지하고 있던 일본군은 보급품을 실은 상륙장갑차의 격파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포격을 가하여 파괴하거나 손상시켰으며 최소한 상륙장갑차의 활동을 크게 제약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제5연대는 부상자를 내려놓는 위치를 잘못 표시하여 부상자를 싣고 온 상륙장갑차가 가뜩이나 혼잡한 해안에서 여기저기 헤매는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표지는 저녁 늦게서야 고쳐졌습니다.

 

이런 여러 문제와 더불어 펠렐리우 섬의 해병대를 괴롭혔던 문제는 식수의 질이었습니다.

식수를 담았던 55갤런 짜리 드럼통은 기름을 담았던 통인데 제대로 세척이 안되고 안쪽이 녹슬어서 식수를 컵에 부으면 유막이 둥둥 뜨고 마시고 나면 녹이 마치 커피가루처럼 남았다고 합니다.

유진의 책에 보면 유진의 동료 중 한 사람은 식수가 오염된 원인이 자신이 파부부 섬에서 드럼통을 닦을때 농땡이 부린 탓이라고 자책합니다.

물론 그것도 일부는 맞는 소리지만 가장 큰 책임은 아무래도 드럼통의 세척 상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식수를 채워버린 보급장교에게 있다고 봐야겠지요.

기름섞인 식수 이야기는 해병대 공식전사, 렉키의 책, 유진의 책에 모두 나오며 유진은 기름섞인 식수를 마시고 복통으로 크게 고생합니다. 

퍼시픽에서는 기름섞인 식수 문제는 다루지 않더군요.

 

(제5편에서 나온 장면. 파부부에서 열심히 드럼통을 닦고 있는 해병대원들)

 

이러한 식수 문제는 공병대가 해안 부근에서 우물을 파서 물을 확보하면서 완화되었고 증류시설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해결됩니다.

Posted by 대사(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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